'한국판 Gap Year' 시도 잇따라…교육부, '열린학기제' 도입 권장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일자리 문제가 국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학교 교육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이 바로 '진로' 교육이다.
지난해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시험도 보지 않고 진로체험에만 몰두하게 하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됐고, 지난해 일반고 55곳에서 시범 운영된 '진로교육 집중학기제'는 올해 초중고 200여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 등 초중고 진로교육 강화는 올 초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업무계획의 첫번째 추진 과제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진로교육 바람이 대학가에도 확산할지 주목된다. 교육부가 이른바 '한국판 갭이어'를 각 대학이 도입하도록 적극 권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 교육부 "한국판 갭 이어, '열린학기제' 도입"
교육부는 30일 대학 진로교육 강화를 위해 '학사제도 유연화' 정책의 하나로 가칭 '열린학기제' 도입을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열린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학생이 다양한 진로 탐색 기회를 갖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한국판 갭 이어'라고 할 수 있다"며 "올해 각종 포럼, 전시회 등을 열어 운영 사례 등을 대학가에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갭 이어'(Gap Year)란 일정 기간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수업으로 인정해 진로선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갭 이어는 현재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 하고 있고, 영미권 대학으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교육부는 소개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갭 이어 도입으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크게 낮아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국내 대학에도 갭 이어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취업난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하도록 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재의 대학 커리큘럼이 취업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 특히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 문제 등도 갭 이어 도입을 검토한 배경이 됐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30% 가까이가 전공과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문계 졸업생의 절반가량은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직했다고 답하는 등 '전공 불일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 한동대, 아주대, 포스텍 등 일부 대학 시범 도입
대학 자체적으로 이미 '한국판 갭 이어' 도입을 시도한 곳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동대(총장 장순흥)다. 이 대학은 2015년 2학기에 국내 대학들 가운데 처음으로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수업 대신 학교 밖에서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젝트 수행, 창업 활동, 어학연수, 해외문화 탐구, 사회봉사 등 학생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 이를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해 주는 제도다.
'자유학기 학점 인정 위원회'를 구성해 학생들의 신청서와 활동계획을 심의하고, 이후 최종보고서를 평가해 학점을 인정해 준다.
한동대 측은 "학생들의 자율적 체험과 참여 위주의 활동을 통해 창의성 함양, 진로 개발을 독려하고 수업과 일자리의 연계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포스텍도 지난해부터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고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도록 장려하는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Summer Experience in Society:SES)을 도입했다.
방학기간을 '갭 이어'로 활용하는 것인데, 학생들은 길어진 방학 기간에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인턴십을 경험하거나 여행, 봉사활동 등을 할 수 있다. 직접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아주대 역시 지난해 1학기부터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게 하는 '파란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파란'은 아주대의 상징색인 파란색에서 따온 이름으로, 꿈과 도전, 알을 깬다는 의미의 '파란'(破卵), '사회에 파란(波瀾)을 일으킨다' 등 뜻을 담고 있다.
인문, 문화예술, 봉사, 국제화, 산학협력 등 전 분야에서 학생들이 도전 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3∼18학점의 정규 학점으로도 인정한다.
지난해 1학기와 2학기 두 차례의 '파란학기제'에는 총 73개팀, 20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김동연 총장은 "학생들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도전에 나서도록 파란학기제를 도입했다"며 "우리 교육이 정형화된 틀을 제시하고 학생들은 이를 따라만 가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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