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노믹스 창시자 "한국도, 침체 벗어나려면 아베노믹스해라"

입력 2017-02-01 06:30  

日아베노믹스 창시자 "한국도, 침체 벗어나려면 아베노믹스해라"

日 석학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단독 인터뷰

"아베노믹스 '적중'…생각 바뀐 적 없어"…"한중일 협력할 사안 많다"

"트럼프, 세계 경제에 명령하려 해선 안돼…한중일 환율 트집 잡으면 큰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싶지 않으면 한국도 아베노믹스를 하면 된다. 적극적인 금융정책을 통해 고용, 생산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긴축경제 정책은 답이 아니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창시자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81)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최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자신의 숙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해 이렇게 조언했다.

하마다 교수는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이론적 지주로, 현재도 일본 정부의 내각 관방 참여(고문)를 맡고 있다.

일본에서 노벨경제학상에 가장 가까운 일본인으로도 불리고 있는 석학이다.

아베노믹스는 ▲ 대담한 금융정책(금융·통화의 양적 완화) ▲ 기동적인 재정정책 ▲ 민간 투자를 환기하는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을 통해 침체에 빠진 경기를 활성화해 리플레이션(Reflation·디플레이션은 벗어났지만,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고용과 생산 확대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엔저(円低) 유지 실패와 물가상승 저조 등으로 일본 내에서도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하마다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아베노믹스의 금융정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침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에 돈을 적극적으로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노믹스로 일본은 물가(디플레이션)에서는 아직 빠져나오지는 못했지만, 고용(고실업률)과 생산(저하) 등에서는 탈출했다"며 "아베노믹스의 이런 장점을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과거처럼 긴축경제정책을 펴거나 지나치게 긴축 재정을 실시하는 것은 문제다"며 "아베노믹스의 정책을 한국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아베노믹스를 시행하면 타 통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해 일본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나라 모두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마다 교수는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부터 아베노믹스를 반대했던 평론가와 미디어가 금융정책의 동력이 이전보다 적은 것을 놓고 공세를 펼치는 것"이라며 "도쿄의 건물들이 이렇게 멋지게 다시 세워지고 젊은 실업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아베노믹스가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 집권 이듬해인 2013년부터 실시됐다. 초반에는 금융·통화 완화 조치가 먹혀들면서 소비의 증가와 실업률 저하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지난 2015년 이후에는 '엔고(円高)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다.

특히 목표인 '2% 물가 상승률'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봄 '2년 내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지만, 달성 목표 시기는 이후 5번이나 연기돼 현재는 '2018년쯤'까지 늦춰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다 교수는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에 더해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얘기했다가, "아베노믹스의 창시자도 변절했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마다 교수는 "금융정책이 2015년 중반까지는 시장에서 잘 먹혀들었다. 물가가 더 올라갈 것이니 현금을 손에 쥐는 것에 대해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퍼져 사람들이 전보다 더 돈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엔저가 예상만큼 지속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금융정책의 효과가 약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기는 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아베노믹스에 대한 자기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하마다 교수는 "금융정책의 효과가 약해진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거기에 더해 재정정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금융정책이 틀렸다고는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하며 "내후년 하반기 소비세가 다시 인상되면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니 재정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소비 증진을 위해 낮은 소비세율을 고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다만 세수 확보를 위해 계속 소비세율을 낮은 수준으로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15년 10월을 기해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경기 회복이 늦어지자 두 차례 연기해 2019년 10월 소비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하마다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한일 관계 냉각기의 장기화 등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주변에 경제논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아 걱정"이라며 "자신의 기업에 대해 명령했던 것처럼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명령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국경세만 해도 미국의 물가가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될 경우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하는 달러고(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는 달러 가치 상승에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이 지나치게 저평가돼있고 달러는 지나치게 고평가돼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한국과 일본, 중국을 공격한다면 큰 일"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마다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 한·중·일 사이의 긴장 관계에 대해 "(세 나라 국민들은) 상당히 좋은 교육을 받고 근로 의욕도 높다. 한·중·일은 세계에서 향후 경제발전이 가장 기대되는 지역이다"며 "이런 국민들이 서로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각 나라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일본을 포함해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역사 문제가 불필요하게 경제 협력관계를 저해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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