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아프리카 축구…임금체불·승부조작·폭력노출"< AP통신>

입력 2017-02-05 09:17   수정 2017-02-05 09:27

"암울한 아프리카 축구…임금체불·승부조작·폭력노출"< AP통신>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아프리카 출신 축구 선수 가운데 극소수만 명예와 부를 누립니다. 선수들 대부분은 저임금에 시달리다가 결국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게 현실입니다."

아프리카 최대 축구잔치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한국시간으로 오는 6일 새벽 4시 이집트와 카메룬의 결승전만 남겨 놓으면서 막바지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참가했고, 개최국 가봉은 '국격 상승'을 누리고 이번 대회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가봉 축구 대표팀 '간판스타'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도르트문트)은 2017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에 참가했다가 가봉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고, 세네갈 대표팀의 사디오 마네(리버풀)는 팀이 탈락하자 개인용 제트기를 타고 소속팀으로 복귀해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샀다.

오바메양과 마네처럼 유럽에서 성공한 선수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은 매달 1천 달러 미만의 월급으로 '저임금 축구 노예'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AP통신은 5일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극소수만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며 "아프리카에서 뛰는 대다수 선수에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은 더는 아름다운 대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AP통신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보고서를 인용해 "아프리카에서 뛰는 수천 명의 선수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임금을 못 받고 있다"며 "계약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가 있어도 정부와 유착된 부패한 구단주들이 무시하기 일쑤다. 다친 선수들은 치료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팀에 쫓겨나 생계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짐바브웨 1부리그 클럽 소속으로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한 선수는 월급이 400달러에 불과하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이 선수는 돈을 아끼려고 빈민촌에 방을 빌려 생활하고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경기에 진날이면 동네 팬들에게 위협당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선수 대부분이 나처럼 살고 있다"며 "지난 시즌에는 아이가 아팠지만 월급이 두 달이나 밀렸다. 돈이 없어 집세를 못 내자 집주인이 가재도구를 팔아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열악한 수입은 결국 승부조작 가담으로 이어진다.

익명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아프리카에서 뛰는 선수들의 10% 이상이 자신의 리그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응답을 내놨고, 짐바브웨 선수들의 20%는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짐바브웨 1부리그의 한 선수는 "지난 시즌 라이벌팀이 이기도록 도와주고 돈을 받은 적이 있다"며 "승부조작은 짐바브웨 프로축구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선수들도 승부조작이 벌어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밖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맡은 임무대로 역할을 해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서로 눈을 회피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뛰는 선수들이 구단과 제대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츠와나 선수노조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구단들이 새로운 선수들과 계약을 할 때 선수등록을 미루는 게 유행이다.

구단주의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선수라는 확신이 들면 등록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뛰는 선수들의 15%가 계약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했더라고 계약서 사본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자신의 계약 내용조차 모른다.

올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에 진출한 카메룬 대표팀 선수들의 67%도 계약서 사본이 없다는 응답을 내놨을 정도다.

카메룬 프로리그에서 뛰는 싱가포르 출신의 데이비드 로우는 "카메룬 프로리그 소속 선수들의 99%가 제때 월급을 못 받고 있다"며 "선수들은 '축구 노예'에 불과하다. 대부분 구단주는 부패했고 정부와도 끊을 가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팬들의 폭력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콩고에서 뛰는 선수들의 25% 이상이 팬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FIFro의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실제로 2014년에는 알제리 리그에서 뛰는 카메룬 출신의 알베르 에보세가 경기 도중 팬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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