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소 어쩌나"…'구제역 확진'에 망연자실한 정읍(종합)

입력 2017-02-07 10:52   수정 2017-02-07 10:54

"애지중지 키운 소 어쩌나"…'구제역 확진'에 망연자실한 정읍(종합)

한우식당 주인 "예약·택배 취소 전화 밀려들어 손 놓을 판"

구제역 발생 농가 소 49마리 매몰…20㎞ 이내 우제류 긴급 백신 접종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이게 무슨 난리래요. 이런 일이 없었는데…."

7일 오전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시 산내면 한 한우농장 일대에는 간혹 방역 차량만 오갈 뿐 적막감이 맴돌았다.

종종 들려오던 소 울음도 뚝 끊겨 세찬 칼바람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이 한우농장에 있던 소 49마리 중 4마리가 전날 침을 흘리는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였다.




신고를 받은 전북도는 초동방역과 함께 정밀 검사를 벌였지만, 결국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구제역이 창궐하자 방제복으로 무장한 채 방역에 열을 올리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던 방역 요원의 표정도 굳어졌다.

이들은 구제역 발생 농가로 진입하는 유일한 길목을 막아섰고, '긴급 초동방역'이라고 써진 팻말을 앞세운 채 침묵을 지켰다.

해당 농가 주변에서는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구제역 소를 매몰하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농장과 인접한 도로에선 여전히 소독 차량이 쉼 없이 소독액을 뿌려댔다.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는 주민은 근심 어린 표정과 새어 나오는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우제류(소·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 11만8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등 도내 최대 축산 지역으로 알려진 정읍에서는 그간 단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민의 충격은 배가됐다.

주민 대부분은 먼발치서 매몰 작업에 한창인 구제역 발생 농가를 지켜봤다.

15년 전 한우농장을 운영했다는 주민 배모(61)씨는 "말로만 들었지 이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모습을 본 건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며 "해당 농가 주변에는 우제류 사육 농가가 없지만, 차를 타고 10분만 나가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는 "지역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며 "소를 키우는 지인들의 침통한 심경을 생각하면 내가 다 애가 탄다"고 말하고서 자리를 떴다.

'구제역 충격'은 축산농가뿐 아니라 정읍 지역 식당에까지 미쳤다.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오모(45·여)씨는 "어제부터 예약 취소와 택배 취소 전화가 물밀 듯이 걸려온다"며 "취소 전화 한 통 받을 때마다 허탈한 나머지 웃음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구제역 여파가 한 달이 갈지 1년이 갈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축산농가들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우리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보상을 받겠느냐. 구제역 예방에 실패한 정읍시나 전북도로 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오는 8일 0시까지 30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적용 대상은 이 지역의 우제류 가축과 관련 종사자와 도축장, 사료농장, 차량 등이다.

전북도는 구제역 발생 농가의 소를 모두 매몰 처리하고, 해당 농가로부터 반경 20㎞ 내에 있는 우제류에 대해서는 이날부터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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