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디자이너 진태옥 첫 연극 무대 의상 도전도 화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디아'가 24일부터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다.
메디아(메데이아)는 사랑하는 남자 이아손을 위해 아버지와 조국을 배반하고 남동생까지 죽인다.
그러나 이아손이 크레온 왕의 딸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실감과 분노를 느낀다. 사랑에 배신당한 메디아는 결국 남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자신이 낳은 자식까지 살해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적으로 번안한 작품들이 주로 무대에 올랐던 것과는 달리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원전을 충실하게 옮겼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를 작업했던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알폴디 연출은 2008년 헝가리 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을 맡는 등 헝가리에서 주목받는 연출가다.
알폴디 연출은 13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에서도 그리스 고전은 현대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는 인식이 있어 연출자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라면서 "그러나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는 인간에 출발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극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폴디 연출은 "아주 어두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아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우리가 모두 원하고, 욕망하는 아주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며 이 정도로 열정이 담긴 사랑 이야기는 고통도 많고 어두운 면도 많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배신당한 뒤 복수를 감행하는 여인 '메디아'역은 지난해 '갈매기'로 4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던 배우 이혜영이 맡았다.
이혜영은 "'메디아'라는 역할을 만난 것은 제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면서 "'메디아'는 엄마로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혜영은 "섬뜩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선택을 잘 한 것인지 조금 두려움이 있었지만 알폴디 연출과 작업하면서 그녀(메디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이어 "사랑과 고통, 복수, 그녀의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됐기 때문에 우리가 표현하려는 메디아는 그 모든 것에 진정함을 담은, 조금의 의심도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메디아'는 국내 패션디자이너 1세대인 진태옥(83)이 50여 년 디자이너 인생에 처음으로 연극 의상에 도전하는 무대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진태옥은 "패션 컬렉션을 발표하는 런웨이에서는 나(디자이너)를 표현하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배우의 캐릭터, 작품의 성격 등을 표현한다는 점만 다를 뿐 런웨이와 연극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라면서 "극의 내용은 잔인하고 어렵지만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더 킹'에도 출연했던 연극배우 남명렬을 비롯해 박완규, 손상규, 하동준 등이 출연한다.
정사 장면이나 메디아가 어린 자녀들을 죽이는 장면 등이 있어 20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24일부터 4월2일까지. 입장권 R석 5만원, S석 3만5천원, A석 2만원. 문의 ☎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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