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에게 외면받는 미얀마 '국민영웅' 아웅산 장군

입력 2017-02-14 10:21  

소수 민족에게 외면받는 미얀마 '국민영웅' 아웅산 장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독립영웅'이자 '국부'로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아웅산 장군(1947년 사망)이 주요 소수민족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4일 이라와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북부 카친주(州) 주도인 미치나 중심가에서는 아웅산 장군의 동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이날 공개된 높이 4.6m의 동상은 아웅산 장군 탄생 102주년을 기념해 딸인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후원으로 건립됐다.

동상 건립위원회의 미얏 초 투 회장은 "이 동상은 강직하고 근면 성실하며 이타적이고 개방적이었던 아웅산 장군의 성품을 시민과 학생들이 이어받기를 바라는 뜻으로 제작했다"면서 그를 버마(미얀마) 독립의 설계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 동상 건립 계획은 현지 카친족 정당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카친주의 4개 지역 정당이 참여하는 카친정치협력위원회(KPCC)는 지난 6일 주 정부에 동상 건립 반대 뜻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다.

KPCC 대변인인 조 노 셍은 "1947년 팡롱 협정 당시 아웅산 장군이 약속했던 연방제 도입과 (민족간) 평등 실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동상 건립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 주민들도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간에 내전으로 수개월째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지 주민인 자이 사이씨는 "(정부군과 반군간) 교전으로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며 "동상이 건립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불필요한 분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북부 카친 주에서는 카친독립군과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등 미얀마 북부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반군연합과 정부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이 사망했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 가운데 1만5천여명은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대피했다.

미얀마의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던 아웅산 장군이 홀대받는 현상은 남부 몬주(州)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몬주 정부는 최근 살윈 강에 건립 중인 대형 교량의 완공식 행사를 전격 취소하고 명칭도 바꿨다.

주 정부는 총 600억차트(약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다리의 이름을 '아웅산 다리'로 붙이고 13일 개통식을 치르기로 했었다.

그러나 주 정부는 다리의 이름이 지역과 무관하다는 주민들의 반발 속에 개통식은 전격 취소했고, 다리의 명칭도 현지어로 몽주를 뜻하는 '야만야'로 바꾸기로 했다.

몬주 주의회의 아웅 나잉 우 부의장은 "아웅산이라는 이름이 이 다리는 물론 이 지역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주민들이 반대한 것"이라며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 없이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만 얻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크게 이바지했고, 1947년 소수민족 대표들과 연방제 독립 방안을 담은 '팡롱 협약'을 체결한 공로로 그동안 미얀마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또 그의 딸인 수치도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민주화 운동가에서 최고 실권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수치는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모든 소수민족이 참여하는 평화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치는 부친이 이룬 '팡롱 협약'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이 평화회의에 '21세기 팡롱'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소수민족과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팡롱 협약' 체결 70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열린 '유니언 데이' 행사에서 수치는 모든 소수민족 반군 단체에 휴전협정 서명을 촉구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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