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서 강제된 긴축조치, 남유럽 민주주의 불만의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자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놓고 북유럽과 남유럽 국민의 인식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대학 정치학 교수인 피파 노리스가 지난해 유럽연합(EU)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북유럽은 국민 대다수가 자국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많은 남유럽 국민은 불만이 있다고 했다.
0에 가까울수록 만족도가 높고 1에 가까울수록 불만족도가 높다고 봤을 때 평균은 네덜란드 0.213, 독일 0.328, 영국 0.344 등 북유럽에서는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남유럽에서는 이탈리아 0.581, 스페인 0.661, 그리스 0.830 등 불만족도가 높았다.
WP는 남유럽에서 민주주의에 입각한 자국 정부 기관들에 대한 실망감이 최근 몇 년 사이 만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여 년 전만 해도 민주주의 만족도의 남북 간 격차는 이처럼 크지 않았다.
2003년에는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남유럽과 북유럽에서 각각 40% 정도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12년에 이르러서는 이 같은 견해를 지닌 남유럽 국민은 15%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북유럽에서는 정부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소니아 알론소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 남유럽 국가들에 강제한 긴축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알론소가 독일과 그리스의 불경기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03∼2007년 독일 정부는 강력한 긴축조치를 시행하고 광범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손봤다. 이에 따라 불평등은 심화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독일 국민의 만족도는 이 기간 내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독일 등 외부 세력에 의해 비슷한 긴축조치가 강제된 그리스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하락했다.
알론소는 독일에서 실시된 긴축과 임금 삭감 등 '내부적 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자국 정치인들이 채택한 정책의 일부였지만, 그리스나 스페인에서 해당 조치는 선출되지 않은 외부 기관들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알론소는 남유럽의 경제 위기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비춰볼 때 민주주의 만족도를 둘러싼 남북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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