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례 없어지나…대학들 신입생환영회 '악습근절' 부심

입력 2017-02-15 07:27   수정 2017-02-15 10:14

막걸리 세례 없어지나…대학들 신입생환영회 '악습근절' 부심

'새내기 학대 막아라'…경찰도 '갑질 횡포' 규정, 처벌 방침

일부 대학 구태 여전…"학생 스스로 심각성 인지하는 게 중요"

(전국종합=연합뉴스) OT와 MT 등 신입생 관련 행사가 집중되는 3월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선후배 사이 악습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 학기마다 되풀이되는 음주 강요, 성추행, 얼차려, 오물 먹이기 등 '신입생 학대 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경찰도 신입생 상대 가혹 행위를 '갑질 횡포'로 규정하고 집중신고 기간을 마련하는 등 대학 내 고질적인 악습 근절에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해 3월 초 전북 원광대 사범대 한 학과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 참여한 선배들이 새내기들 몸에 막걸리를 뿌리는 일이 발생,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제법 추운 날씨에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줄지어 앉아있던 신입생 머리 위로 선배들이 "액운을 쫓자"며 막걸리를 쏟아부은 것이다.

이들의 막걸리 세례는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가혹 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학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부터 모든 신입생 환영회 프로그램을 학교가 전담해 운영하기로 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15일 "기존에는 신입생 환영 행사 운영에 학생회 등 재학생도 일부 참여했는데, 그러다 보니 선후배가 직접 마주쳐 때론 위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 같다"면서 "학교가 신입생 행사를 전담 운영하면 선후배간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충북대도 모 학과에서 학생회 발대식 때 이뤄진 막걸리 세례로 곤욕을 치렀다.

해당 학과는 "막걸리 세례는 발대식 때마다 모든 학생이 참여해 온 통과의례"라고 해명했지만, 올해부터는 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도 공문으로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학과 간부 학생을 일일이 소집한 뒤 선배로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주지시키는 등 교육을 강화했다.

비슷한 시기 단과대 연례행사로 우산을 펼쳐 든 신입생들 머리 위로 재학생들이 막걸리를 뿌려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수원대도 올해부터는 막걸리 '액땜' 행사를 열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봄 신입생 OT에서 '성추행 게임'으로 논란이 일었던 건국대학교는 올해 OT에 앞서 양성평등센터 직원이 단과대별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또 교수 1명을 '안전책임관'으로 별도로 지정해 신입생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면 교수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강원대는 지난해 학기 초 선배 예비군 도시락을 여성 후배에게 싸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악습 근절 캠페인을 열고서 학생들의 동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는 올해도 단과대학이나 학과별 OT에 앞서 음주 강요나 얼차려 등 학내 악습 근절 예방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던 다른 대학들도 예방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북대 총학생회는 새내기 배움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불침번을 서고, 인하대는 OT에 학장과 학과장 등 교직원을 참여시켜 현장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의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런 사건이 일부 대학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부산의 한 4년제 대학에서는 일부 단과대학 학과에서 진행한 신입생 행사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배들이 신입생의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강제로 조를 지어 생활하게 하거나 그 조에 맞춰 시간표를 짜 준 것 등이 이유다.

학교 SNS에는 익명으로 된 관련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일부 글에는 아직도 선배가 후배에게 얼차려를 주는 등의 구태가 여전하다는 내용도 보인다.

학교는 이달 초 학생회 간부와 학과 조교, 단과대 학생 담당 직원 등을 대상으로 인권문제 등에 대한 조치요령 등을 교육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당혹해 하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SNS에서 관련 내용이 알려진 이후 해당 단과대 부학장이 관련 학생들과 간담회를 벌이는 등 재발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대학에서 강요 문화가 없어지려면 학생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며, 학교도 미온적인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엄격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논란이 된 대학가 악습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선배로부터 '답습'한 형태"라면서 "학생들도 무의식중에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놀이'나 '통과의례'로서 아무렇지않게 여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야 하는 데 그러려면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면서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가해 학생에 대해선 따끔한 처벌도 마다치 않는 등 재발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내달 31일까지 대학 내 불법행위 집중신고를 받는다.

전국 각 대학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 '수사팀'을 두고, 대학마다 설치된 학생인권센터나 상담소, 단체활동 지도교수 등과 핫라인을 개설해 상담·신고체제를 구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매해 3∼4월만 되면 대학가 갑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고 학교와 협조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홍, 류수현, 박영서, 신민재, 양영석, 한무선)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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