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그날의 가거도 中어선 퇴치작전…900발 발사 겨우 제압

입력 2017-02-23 07:55   수정 2017-02-23 08:43

긴박했던 그날의 가거도 中어선 퇴치작전…900발 발사 겨우 제압

달아나기는커녕 나포된 어선 탈취하려 해경함정에 떼거리로 달려들어

해경 검색팀장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목포=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 16일 오후 8시 44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74km 해상.

초속 10m의 강풍과 2m 높이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순찰 중인 목포해경 3015함정 조타실에서 레이더 영상을 관측하던 김충관(54·경정) 함장이 일순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우리측 어업협정선 안쪽에 무리 지어 있는 30여 개의 푸른 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중국어선이다.

인근을 순시하던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무궁화23호에 긴급 연락, 합동검문검색을 요청한다. 2개의 서치라이트를 켜자 어둠이 걷히면서 전방 2㎞ 거리에 조업 중인 중국어선들이 포착된다. 무려 30여 척에 달했다.

모두 선체에 철망을 두르고, 선체 양 날개 쪽에는 쇠창살을 박아놓아 마치 거북과 고슴도치를 합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한중어업협정에서 금하는 불법시설이다.


40분 뒤인 오후 9시 20분께 무궁화23호 고속단정이 먼저 출발했다. 10분 뒤 3015함에서도 단정 2척을 투하했다.

무궁화23호 단정의 단원 10명이 출발 20여 분 만에 중국어선 1척에 올라타 나포하는 데 성공한다. 철망·쇠창살 무장 정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미 쪽으로 접근했다. 선원들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선실 안에 머물러 쉽게 배에 오를 수 있다. 조타실 잠금장치를 부수고 선장을 체포하자 나머지 선원 10명은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금방 기세가 꺾였다. 무궁화23호는 나포한 중국어선을 영해 쪽으로 압송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각 검색팀장을 포함 9명씩 탑승한 3015함 단정 2척도 5분여 만에 중국선단에 접근했다. 방송, 무전 등으로 수차례 중국어로 정선(停船)을 의미하는 "팅촨!"을 통보했지만, 중국어선들은 그대로 줄행랑을 친다.

검색팀장 정승현 경사는 "고속과 저속, 지그재그 운항 등 충돌 직전까지 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10여 분간 이어지던 추격전은 한순간 급반전됐다. 어업협정선 밖을 향해 달아나던 중국어선들이 돌연 180도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려 추격하던 단정을 향해 자폭할 듯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무궁화23호에 의해 중국어선 1척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무력으로 나포된 배를 탈취하려는 속셈이다.

3015함이 2척의 단정을 급히 불러들이고 즉각 중국어선의 진로를 차단하고 나섰다.

중국어선들과 압송 중인 나포어선과의 거리는 불과 1.2㎞. 진로를 막지 않을 경우 1시간 이내에 탈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어선들은 더 과감해졌다. 3015함 선수 정면에서 진로방해는 물론 충돌까지 시도하는 등 40여 분간 난동을 부렸다.

김 함장은 결국 최후의 수단인 공용화기 사용을 결행한다.

오후 10시 40분, 중국어로 발포한다는 뜻인 '카이창(開槍)!'이라는 첫 방송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카이창' 구호가 25분간이나 무전과 방송으로 전달됐지만 허사였다.

결국 16일 오후 11시 15분 M-60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최초 5발이 선단 가장 선두에서 따라붙는 어선 뱃머리 30m 전방을 향해 발사되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중국어선들은 잠시 움찔하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어선들의 위협은 다시 시작됐다.

M-60 기관총에서 다시 실탄이 발사됐다. 실탄 일부는 중국어선들의 선체로 향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우리 해경을 위협하던 중국어선들은 55분 동안 855발이 발사된 뒤에야 물러났다.

이렇듯 긴박했던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지만 잠시 뒤 제주해역 방향에서 40여 척의 중국어선이 합류하는 돌발상황이 또 발생했다.

70여 척으로 불어난 중국선단이 우리 해경을 다시 추격,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됐지만, 우리 영토인 영해선에 가까워지자 중국어선들은 30여 분 만에 뱃머리를 돌렸고, 7시간여 만에 가거도 바다는 평온을 되찾았다.


임무를 완수한 김 함장 등 3015함 52명 승조원은 7박 8일만인 22일 오후 늦게 목포항에 귀항했다.

김 함장은 23일 "승조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불법 무력행사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와 함께 중국 측에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1월 1일 소청도 해상에서 해경 기동전단에 편성돼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나포 과정에 해경 최초로 공용화기를 사용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3pedcro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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