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장밋빛 '트럼프토피아' 제시했지만...실현방안은 빠져"(종합)

입력 2017-03-01 17:28  

美언론 "장밋빛 '트럼프토피아' 제시했지만...실현방안은 빠져"(종합)

"어조만 다를 뿐 메시지는 똑같아" 비판

역대 최저 수준 지지율 속 "정치적 시간 벌기"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합동연설에 대해 현지 언론은 미국을 암울한 '디스토피아'로 규정했던 취임사와는 달리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어조만 달라졌을 뿐 분열적이라는 비판을 샀던 쟁점 정책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이번에 제시한 공약들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취임사 때의 어두운 주제와는 반대로 이번 의회연설은 미국에 대한 더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과거를 살육의 시기로 묘사하면서 국수주의 성격의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취임사와 달리 이번 연설에서 국민 통합과 희망을 주창했다는 점에서다.

NYT는 특히 취임 이후 줄곧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보다 불법 이민자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인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에 관해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채 "조직폭력배 단원이나 마약상, 시민과 공동체를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추방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하는 이민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CNN은 '취임식 때의 어두운 면모는 뒤로하고 공통의 목적과 영감을 주는 말들을 남겼다'고,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커리어에서 가장 전통적인 연설일 것'이라며 '프롬프터를 그대로 따르며 정상처럼 해보려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설 기조만 달라졌지 결과적으로 쟁점 사항에선 한 발짝도 양보가 없었으며, '어조만 다를 뿐 메시지는 똑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연설을 '강경한 공약을 좀 더 온건한 윤기로 재포장하려는 것 같았다"고 진단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여구는 새롭고 높은 차원으로 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말한 목표들은 화해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익숙하면서도 분열을 초래하는 것들"이라고 꼬집었다.

이민제도 개혁부터 일자리 창출, 중산층 부활, 안전한 미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국정 운영 방향을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거의 제시하지 않아 모호함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연설에 대해 "단조로운 클리셰가 난무하는 일반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한 마이클 월드먼 클린턴 행정부 수석연설비서관은 "이민 문제는 마치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반복되는 것 같다. 대통령이 여단에서 이민자들을 악마처럼 묘사하는 말을 반복, 또 반복하는 것을 듣자니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NYT도 '트럼프토피아의 비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얄팍한 약속이나 에덴동산 같은 미국에 대한 주장, 소위 '트럼프토피아'는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어떻게 이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지에 대해선 전혀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공공인프라에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로, 다리, 터널, 공항, 철도가 새롭게 들어서면 우리나라가 매우, 매우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듣기 좋은 소리'에는 도대체 어떻게 비용 조달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산층에 대한 대규모 세금 감면안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이거나 가시적인 이행안은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경선을 치르는 줄 아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어조를 바꾼 것 역시 '정치적 시간 벌기'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CNN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신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로서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이번 연설을 이런 부진을 만회하고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8%로, 지지한다는 비율 44%에 비해 높은 실정이다.

또한 반이민 행정명령 2탄 발표를 앞두고 1탄 발표 때와 같은 여론 역풍이 재현되는 것을 막으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이날 연설에서 이민 규제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도 반이민 행정명령 1탄 발표 당시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와 난민의 입국 금지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판단이 들어서라는 해석이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연설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예멘 대테러 작전에서 순직한 네이비실 라이언 오언스 중사의 부인을 소개하던 순간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오언스 중사의 부인을 소개하며 "라이언의 유산은 영원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오언스 중사의 부인이 감격해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자 방청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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