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놓고 갈라진 3·1절 광장…대규모 세대결속 충돌없어

입력 2017-03-01 21:05   수정 2017-03-01 21:51

탄핵 찬반 놓고 갈라진 3·1절 광장…대규모 세대결속 충돌없어

탄핵 촉구 촛불집회, '노란리본 태극기' 다수 등장…"즉각 탄핵을"

근접거리에서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청와대 방면 첫 행진…"탄핵반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여론이 제각각 손에 든 태극기로 양분됐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98년 전 3·1운동 정신이 오늘날 탄핵 정국을 맞아 '시민혁명'으로 계승됐다고 자평했고,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는 조작과 불의에 맞서 자신들이 구국의 정신으로 태극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근접한 장소에서 대규모로 집회를 열었음에도 소소한 실랑이 외에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경비병력과 차벽을 대거 투입해 양측 간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결과였다.


◇ "촛불이 유관순…헌재는 탄핵하라"…'노란리본 태극기' 든 촛불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탄핵심판 선고만 남긴 헌법재판소가 촛불 민심을 수용해 반드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박근혜는 최후변론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보도와 촛불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됐다고 항변했다"며 "1천만 촛불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이 있었기에 탄핵 인용을 앞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8년 전 오늘 3·1운동의 힘으로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마침내 1945년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며 "여러분은 진정한 독립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모였다. 한 분 한 분이 유관순 열사"라고 말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탄핵 반대단체를 향해 "숭고한 태극기를 부패한 정권을 위해 쓰는 것은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3·1절에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동포 여러분은 민족의 자주독립을 생각하면 당장 거두어 달라"고 호소했다.

3·1절을 맞아 촛불집회에도 태극기가 다수 등장했다. 다만 탄핵 반대단체의 '태극기 집회'와 달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함께 달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도 참석해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고,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방면의 청와대 남쪽 100m 지점과 헌재 인근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궂은 날씨에도 연인원(누적인원) 3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달 4일과 11일 주말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주노총은 총파업, 농민단체는 농기계 시위, 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조직하는 등 강력한 항의행동을 벌이겠다고 퇴진행동은 경고했다.







◇ 도심 메운 '탄핵 반대' 태극기…첫 청와대 방면 행진

촛불집회에 앞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1919년 3월 1일 선열들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듯 자신들도 '정의와 진실'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기국은 이날 발표한 '3·1절 선언문'에서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동대문, 남쪽으로는 서울역까지를 집회 장소로 잡았다. 이날 인파는 남쪽으로 숭례문 앞까지 들어찼고, 종로2가까지도 듬성듬성 인원이 모여 스크린을 보며 집회에 참가했다.

탄기국은 이날 500만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김진태·박대출·윤상현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친박계 정치인과 탄핵심판 대통령 측 대리인 김평우·서석구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탄핵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막말' 논란을 빚은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도 "대통령에게 국회의 졸속한 탄핵소추를 입증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심리를 종결하는 오만한 법관들"이라며 재판관들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두고도 "법을 정말 아는지, 법대를 졸업한 것은 맞는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이 맞는지 의심한다"고 일갈한 후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문 전 대표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헌재를 공갈·협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앞 내자동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앞 신교동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탄기국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극기 집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 개신교계 주최로 '3·1 만세운동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 말미에는 전국 목사 500명으로 구성됐다는 '구국결사대'가 단상에 올라 "태극기를 싫어하고 대통령을 모함하는 자들, 정권을 찬탈하고 공산화하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을 모조리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경찰, 경력·차벽으로 양측 접촉 철저 차단

이날 양측 집회는 근접한 장소에서 각기 열려 심한 충돌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전까지는 탄기국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청와대 방면 행진도 없어 양측 간 거리가 웬만큼 유지됐다. 그러나 이날은 탄기국이 광화문 광장과 인접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진출했고, 청와대 방면 첫 행진도 이뤄졌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약 1만6천명)를 투입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싸 양측 간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각 출입구에도 인력을 배치해 통제했다. 태극기를 소지한 사람은 광장 중심부로 가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양측 행진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고, 경로도 겹치지 않게 동서로 병렬 배치됐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양측을 잇는 지점에도 역시 차벽이 설치됐다.

그 결과 차벽을 사이에 두고 양측 간 사소한 말싸움 등이 있었으나 이렇다 할 물리적 접촉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다만 촛불집회에 앞서 일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 남단 세월호 천막에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연출됐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차벽 위로 올라갔다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언쟁하는가 하면, 차벽을 넘어 촛불집회 쪽으로 물병이 날아드는 일도 있었다. 양측에서 나팔을 불어 차벽 너머에 있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경찰 통제가 워낙 철저했던 데다, 오후 들어 굵은 봄비까지 내려 참가자들이 귀가를 서두른 터라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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