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상당 필로폰 제조 '한국판 나르코스' 구속…구매자 49명도 검거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마약상을 뜻하는 콜롬비아어)처럼 직접 필로폰을 제조해 시가 16억원에 이르는 양을 판매한 30대가 구속됐다.
경찰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을 가공해 마약을 만들어 파는 '개인 공장'이 최근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을 대량 제조해 인터넷에서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황모(32)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황씨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하거나 다른 구매자를 소개한 혐의를 받는 김모(32)씨 등 49명도 검거됐다. 이 중 11명이 구속됐고 3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황씨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의 한 건물 지하실에 거주공간 및 '마약 공장'을 차리고서 필로폰을 500g가량 제조해 온라인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의 한 미대를 나온 황씨는 졸업 후 목공예공장을 차리고 가구를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나 장사가 잘 안돼 생활고에 시달리자 평소 종종 투약하던 마약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지하실에 마약 제조에 필요한 설비와 환풍 장치를 설치한 다음, 마약 관련 서적 등으로 익힌 방법에 따라 약국에서 산 의약품을 가공해 필로폰 원료물질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했다.
이를 화공약품상에서 구매한 화공약품 10여종과 혼합해 필로폰을 만들었다.
경찰은 "슈도에페드린은 수입이 금지된 약물인데, 관련 서적과 해외 인터넷 정보 등을 장기간 습득하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특정 약품으로부터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필로폰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점을 주변에 숨기기 위해, 지하에서 목공예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제조한 필로폰은 주로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판매했다.
구매자가 그의 대포통장으로 입금하면 서울 모처 화장실이나 우편함에 필로폰을 숨겨놓고, '텔레그램'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경찰은 황씨가 2천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고 진술했지만, 필로폰 500g은 시가로 16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필로폰 암시장을 감시하다가 황씨의 존재를 포착하고 추적 끝에 황씨를 검거했다. 이후 그의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구매자들을 줄줄이 붙잡았다.
황씨에게 필로폰을 구매한 이들은 대부분 무직이나 유흥업소 종사자였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대학생도 상당수 붙잡혔다. 가정주부나 초등학교 교사도 포함됐다.
구매자 중 동종 범죄를 저질러 집행유예 등 상태에 처해 있던 이들은 구속됐다. 경찰은 필로폰 약 370여g을 압수하는 데 성공했고, 또 다른 매매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개인 마약 공장'이 최근 잇따라 적발됐다고 우려했다.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에서 황씨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필로폰을 제조해 판매한 일당을 검거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필로폰 원료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대량 구매 시 경찰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식약처에 공조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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