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밸컴 '물고기는 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3초 기억력'을 가진 동물로 여겨진다. 미끼를 문 물고기를 놓아줘도 금세 같은 낚싯바늘에 걸려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간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이도스 펴냄) 저자인 영국 생태학자 조너선 밸컴의 생각은 다르다. 물고기가 같은 바늘에 또 걸린다면 지능이 낮아서나 통증에 둔감해서가 아니다. 언제 다시 먹이를 구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 사는 굶주린 물고기에게는 "식욕이 통증의 트라우마를 압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물고기가 냉혈동물이라거나 지능이 낮다거나 원시적이라는 등의 편견들을 반박한다. 대신 물고기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하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사회생활을 산다는 것을 수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와 사례를 보여준다. '물 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원이라도 주변 원의 크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인지하는 현상인 에빙하우스 착시를 비롯한 다양한 착시 현상을 물고기도 경험한다. 물고기에게도 지각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고기의 후각과 청각 능력도 인간을 넘어설 때가 많다. 미국산 뱀장어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에 자신이 자라난 지역의 물을 1천만분의 1방울만 넣어도 알아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물고기의 뛰어난 감각을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를 열거한다. 도버솔이라는 물고기가 맛없는 먹이를 입에 물었을 때는 머리를 흔들며 다른 곳으로 빠르게 헤엄친다고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든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개체로 인식됐던 물고기의 명예회복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물고기들도 감정을 갖고 있으며 통증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의식을 가진 개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어류 섭취에는 거부감이 없는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부모로부터 '사람은 잘못 물에 빠지면 숨 막혀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물고기를 익사 위기에서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어항 밖으로 꺼낸 뒤 내버려둔 한 소녀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물고기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고 (선의의) 방향은 빗나갔지만, 어린 나이에 품었던 공감은 인간의 잠재력을 깨닫게 한다"면서 "제대로만 알면, 인간은 훌륭한 공동선을 얼마든지 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병찬 옮김. 380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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