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한 40여년 조선소 부지 조각조각 났다

입력 2017-03-04 10:01   수정 2017-03-04 11:54

수명 다한 40여년 조선소 부지 조각조각 났다

불황 못 견딘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 분할 중기 20곳 입주

70년대 코리아타코마 특수선 건조하던 곳→한진중공업→성동산업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조선산업 불황으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40년 넘게 배를 만들던 곳이 텅텅 비어 있다.






성동조선소를 상징하던 700t 골리앗 크레인은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얼마전 해외로 헐값에 매각됐다.

다른 설비도 해체되거나 고철로 전부 팔려나갔다.

비록 조선소는 망했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기업들이 입주해 조선산업을 대체한다.

경남 창원시는 조선설비가 모두 철거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부지(12만726㎡)에 기업체 20곳이 올 하반기부터 입주한다고 4일 밝혔다.

기계, 항공기부품, 발전소 설비, 제약 업체 등 중소기업 20곳이 필지분할된 터를 사들여 공장을 새로 짓는다.

공장증설이 필요한 업체나 갓 창업한 기업들이 들어온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봉암동에 걸쳐 있는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부지는 1972년부터 조선소 터였다.

회사는 바뀌어도 40년 넘게 선박 또는 선박 구조물을 만들던 곳이었다.

특수선 제조업체인 코리아타코마가 1972~1991년 사이 군함, 잠수정, 여객선, 화물선을 건조했다.

이후 코리아타코마를 합병한 한진중공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성동산업은 조선경기가 활황이던 2007년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여 조선산업에 진출했다.

골리앗 크레인을 새로 설치하는 등 거액을 들여 조선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조선소 부지가 좁아 대형선박 건조에 어려움이 있자 마산만을 매립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그러나 2008년 곧바로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선박 발주가 끊기면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는 자금난에 빠졌다.

결국 새로운 설비를 신규 선박 건조에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선박은 한척도 건조하지 못하고 회사가 쓰러졌다.






채권단은 2013년 조선소를 경매에 넘겼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부지와 각종설비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당시 공장 매물 중 역대 최고액인 2천200억원이었다.

그러나 불경기에 거액을 투자해 선뜻 조선소 터를 사들이려는 곳이 없었다.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다 2015년 7월에야 조선소 터 전체가 1천150억원에 팔렸다.

낙찰을 받은 업체는 대규모 터를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자 필지분할 형태로 부지를 쪼개 20개 업체에 다시 매각했다.

조선소 터가 조각조각 잘려 팔리면서 40년 넘게 배를 만들던 조선소 부지로서의 수명은 다했다.

오랜 조선산업 불황으로 전국적으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와 비슷한 곳이 많다.

통영지역 폐조선소 터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대규모 조선소 터가 새로운 산업용지로 바뀐 곳은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터가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하다.

윤종수 창원상의 조사홍보팀장은 "조선소 터라는 장점을 살려 조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업체가 들어오는 곳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폐조선소 필지를 분할해 공장용지가 필요한 유망 중소기업들이 입주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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