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딱딱한 말투 어색했다면

입력 2017-03-04 11:00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딱딱한 말투 어색했다면

새롭게 번역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이 몸은 고양이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가 1905년에 쓴 생애 첫 소설 '吾輩は猫である'(와가하이와 네코데아루)는 그동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옛날식 어투의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수십 종의 번역서가 거의 대부분 같은 제목으로 나왔고 종결어미 '-다'로 끝맺는 소설 속 고양이의 말투 역시 조금 딱딱했던 게 사실이다.

"이 몸은 고양이야. 이름은 뭐, 아직 없고./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통 모르겠어. 어쨌든 어두컴컴하고 질척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기억이 나. 이 몸은 거기서 처음으로 인간이란 걸 봤지."

서은혜 전주대 언어문화학부 교수가 새로 번역한 '이 몸은 고양이야'(창비)는 버려진 새끼 고양이의 말투에 어울리게 제목과 문체를 다듬었다. 기존 번역서가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고양이의 정갈한 일기에 가깝다면 '이 몸은 고양이야'는 친구 고양이와 나누는 수다 같은 느낌이다. 서 교수는 "유머 감각 넘치는 38살 소세키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까칠하고 시건방진 새끼 고양이처럼 말을 건넨다면 어떤 말투일까 상상하며" 우리말로 옮겼다고 했다.

고양이를 집으로 거둬들인 영어교사 친노 쿠샤미의 모델이 소세키 자신이라는 흔적은 소설 속에 여럿 있다. 얼굴의 흉터가 그 중 하나다. 고양이는 "모든 곰보가 팔뚝으로 퇴거를 명령받은 작금에" 얼굴에 곰보 자국을 달고 다니는 쿠샤미를 불쌍하게 여길 만큼 사람들 세상을 훤히 들여다본다.

"현재 지구 상에 곰보 얼굴을 가지고 서식하고 있는 인간이 몇명이나 되는지 모르지만, 나의 교제 범위 안에서 계산해보건대 고양이 중엔 한마리도 없어. 인간 중엔 딱 하나 있고. 그러데 그 한명이 바로 주인이지. 정말 짠해."


소세키는 쿠샤미와 지인들의 한담을 통해 당대 일본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소세키 자신이 신경쇠약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급격한 근대화와 물질주의로 '문명의 저주'를 받으면서도 '위대한 국가'를 외치는 일본 국민들 역시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작가는 탈아입구(脫亞入歐)로 대표되는, 맹목에 가까운 근대화를 비판했다.

"강이 건방지니 다리를 놓고, 산이 마음에 안 드니 터널을 뚫어. 교통이 불편하다면서 철도를 깔고. 그런다고 영원한 만족이 오는 건 아냐. (…) 서양 문명이 적극적, 진취적일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평생을 불만스럽게 사는 인간이 만든 문명일 따름이야."

"이 몸은…" 하는 말투는 당시 정치인과 관료·학자들이 국민을 내려다보는 태도로 자주 썼다고 한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 몸은 꼬맹이야", "이 몸은 주부야" 식의 말투가 유행했다. 비장미 넘치는 후배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이 몸은 개미야'라는 제목의 글을 썼을 정도다.

서 교수는 책 뒷머리에서 화자 고양이의 말투를 빌어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인의 첫 소설인 '이 몸은 고양이야'에서 그의 생각이 완전히 무르익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 어쨌든 앞으로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며 고민하고 형상화해나갈 문제의식이 이미 이 소설 속에 꽤나 많이 담겨 있지 않아?"

552쪽. 1만4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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