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뒷모습…마지막 노래 뒤돌아서서 부른 호세 카레라스

입력 2017-03-05 14:57  

아름다운 뒷모습…마지막 노래 뒤돌아서서 부른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음악과 함께한 인생'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71)의 마지막 내한 공연.

카레라스는 1시간 40여분간의 정식 프로그램을 마친 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갑자기 뒤돌아 합창석(무대 뒤편 가장 싼 좌석) 관객을 향해 섰다.

그리고 그 상태로 첫 앙코르곡인 '로마의 기타'(Chitarra Romana)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그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성악가를 등지고 앉아야 하는 합창석을 마다치 않고 자리를 가득 채운 관객들을 향한 '거장'의 배려였다.

두 팔을 벌리고 발까지 굴러가며 열정적으로 부른 노래가 끝나자 합창석 관객은 물론 전체 객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감동적인 마지막 무대에 환호를 보냈다.

카레라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플라시도 도밍고(76)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온 음악가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성,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목을 내놓고' 노래하는 열정, 품위있는 외모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사실 이번 마지막 무대는 물론 그의 전성기 때의 빛나는 고음과 풍부한 성량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은빛 머리와 눈에 띄게 야윈 뺨, 느린 걸음걸이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도 세월이 깃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무대는 충분히 드라마틱하고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무리하지 않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음역대 내에서 짙은 표현력과 감수성, 역동성을 선보였다.

공연 초반에는 목을 다소 아끼는 듯 '안전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의 노래를 제대로 감상하기엔 곡들의 길이가 짧았고, 그의 화려했던 시절을 담은 영상물을 감상하는 시간 등도 이어져 다소 '디너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을 몰입시켰다.

무려 6곡이 이어진 앙코르 무대(함께 무대에 선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 곡 포함)에서는 70대 노인의 목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파워 넘치는 고음을 선보여 객석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무정한 마음(Core n' grato)'과 '겨울(Vierno)' 등을 부를 때는 청년 테너가 무대에 선 듯 객석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음악평론가이자 방송인인 장일범 씨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2014년 내한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무리해서 높은 음역에 도전하진 않았지만, 호흡의 길이, 표현력, 목소리 톤 등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었다"고 평했다.

객석 또한 3대 테너의 실력 그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거장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즐거움과 감동이 더 큰 듯했다.

카레라스의 열정적인 앙코르 무대 덕분에 공연은 예정 종료 시각이었던 9시 40분을 훨씬 넘긴 10시 2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객석 3층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은 전원 기립해 47년간의 무대를 정리하고 떠나는 '위대한 테너'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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