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어두운 과거사 인정…"노예제에 직접적 연루"

입력 2017-03-06 11:59  

하버드, 어두운 과거사 인정…"노예제에 직접적 연루"

예일·콜롬비아·조지타운대 등 잇달아 '과거사 바로잡기' 나서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 하버드대학이 노예제에 연루된 어두운 과거사를 인정하는 등 미 대학들에 '과거사 청산' 열풍이 불고 있다.

6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3일(현지시간) 미 대학들과 노예제의 기나긴 역사를 탐색하는 대규모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에서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매사추세츠주가 노예제를 폐지하기 전인 17세기 학교 설립 초기 하버드는 노예제에 직접 연루됐다"며 "우리는 과거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과거와 현재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온 학자들이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하버드 초기에 최소한 두 명의 총장은 노예를 사서 캠퍼스 내에서 일을 시켰다. 학교의 주요 기부자 중 일부는 노예노동이나 노예무역으로 부를 쌓았다.

하버드는 노예가 생산한 환금성 작물에 투자했고, 하버드 생물학자 루이스 아가시즈는 노예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인종 차별 이론을 옹호했다.

버지니아대를 포함한 다른 대학들도 캠퍼스를 짓고 운영하기 위해 노예를 활용하고, 노예무역에 연루된 부유한 상인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세운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재학생들의 강력한 요구 등으로 미국 내 대학들은 최근 들어 노예제에 관련해 '과거사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예일대가 기숙형 공통학부 중 하나인 '존 C. 칼훈 칼리지'의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칼훈은 미국 7대 부통령 출신으로 강경한 노예제 옹호론자였다. 컬럼비아대는 올해 1월 노예제에 연루된 대학 역사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지타운대는 1838년 대학의 재정난을 덜기 위해 매매한 272명 노예의 후손들에게 입학 절차에서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버드대는 학교 설립에 기여한 노예 소유주 가문의 문장(紋章)을 본뜬 법학대학원의 문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미 대학들의 과거사 바로잡기는 배상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였던 타-네히시 코아테스는 "당신은 단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노예제에 연루된 대학들은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이번 콘퍼런스는 매우 중요한 역사 재발견의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과거사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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