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볼썽사나운 대학신입생 OT, 이젠 근절할 때다

입력 2017-03-07 20:42  

[연합시론] 볼썽사나운 대학신입생 OT, 이젠 근절할 때다

(서울=연합뉴스) 대학 캠퍼스가 매년 이맘때면 신입생 환영행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렵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은 툭하면 술판으로 전락하고 선배들의 '군기 잡기' 행태도 되풀이되기 일쑤다. 교육부는 2014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사고 이후 '대학생 집단연수 안전확보 매뉴얼'을 만들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총학생회가 아니라 대학 측이 주관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정부 정책이 유명무실해 보인다.



상당수 대학의 신입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부터, 선배들의 강압적인 행태를 접한다고 한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학부 커뮤니티에는 지난 1월 신입생들에게 사진, 주량, 연애 여부, 통금시간 등을 써내라는 공지가 올랐다. 신입생들이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라며 항의한 끝에 학부 학생회장의 사과를 받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부산의 한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자신 있는 신체 부위', '마지막 키스는', '제일 마음에 드는 이성 선배' 등의 설문 항목에 답을 써넣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신입생을 태운 버스 추락 사고로 오리엔테이션을 취소한 금오공대 사례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행사를 위해 소주 7천800병과 맥주 960여 병을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소주만 따져도 신입생과 재학생 1천700명이 2박 3일간 1인당 4.5병을 마실 수 있는 양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광란의 술판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수도권의 모 대학 신입생은 강원도의 한 콘도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지시에 '팔 벌려 뛰기'를 하며 기합을 받는 동영상이 28일 유튜브에 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상당수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없다. 군대의 강압적인 문화나 사회의 비뚤어진 퇴폐 문화가 대학 신입생을 맞이하는 셈이다. 선배들이 신입생을 환영하거나 친절히 이끌어주는 문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예컨대 선배가 후배에게 대학 생활의 경험을 전하면서 서로 우정을 쌓는 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추문은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선후배 문화에 회의감마저 느끼게 한다. 흥청망청 술판이나 벌이는 식의 신입생 환영행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악습을 너무 오래 반복하면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늦기 전에 대학이 지성의 전당으로서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때 깨달았듯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는 방심도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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