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영상 작가가 상상한 아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7-03-08 15:30  

17명의 영상 작가가 상상한 아시아는 어떤 모습일까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서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용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한 동양인 남성이 연단에 오른다. 남자는 영어로 연설을 시작한다. "저는 일본 총리대신입니다, 저는 오늘 이 중요한 국제무대에 왔습니다" 동영상 속 연설은 26분간 계속된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상영 중인 이 동영상 속 남자는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영상은 얼핏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국력과 위상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듣다 보면 폭소가 터진다. 국가 간 무역과 이동을 금하자는 장광설도 그렇고, 계속 끊어지는 어설픈 영어도 우스꽝스럽다.

아이다의 영상 '자칭 일본 총리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는 백남준아트센터의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에서 만나는 첫 작품이다.


17명의 아시아권 작가가 참여한 '상상적 아시아'는 제국주의 식민시대부터 시작해 독립과 내전, 세계화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 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각국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읽어냈는지를 영상작업으로 보여준다.

출신국의 국가적,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또 다른 일본 작가 메이로 고이즈미의 영상 '영원한 처녀'는 1930~1950년대 일본 제국주의 선전물 속에서 순결한 처녀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배우 하라 세츠코의 이미지를 차용한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제국주의의 악랄함 따위는 모른다는 듯이 순진한 얼굴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저를요?"라고 묻는 하라의 얼굴 외곽선을 따라 그리던 작가가 완성한 것은 괴기한 얼굴이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흉터를 드러낸 작품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비무장지대(DMZ) 수색대 출신 군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권하윤의 3D 컴퓨터 그래픽 '489년', 고수와 한효주가 각각 남한 화가와 북한 식당 여종업원으로 분한 문경원·전준호의 단편 영화 '묘향산관' 등도 지역적 특성을 보여준다.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사진을 재활용한 딘 큐레(베트남)의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나 국제공항을 기독교의 연옥에 비유한 AEX+F(러시아)의 '신성한 알레고리',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인 영화산업에서 착안한 쑹둥(중국)의 '시작 끝'처럼 세계화적 시각에서 아시아를 바라본 작품들도 적지 않다.

이번 전시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폭넓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1세기 들어서 이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비디오아트 등 '무빙 이미지'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면서 "이번 전시에서 그 확장된 형태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문의는 ☎ 031-201-8548.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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