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게 뭔가요?"…'괴력의 예쁜이' 봉순이와 심청이

입력 2017-03-09 09:00   수정 2017-03-09 09:11

"나약한게 뭔가요?"…'괴력의 예쁜이' 봉순이와 심청이

남성중심의 힘 논리에 대한 반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외모만 보면 하늘하늘 바람에 날아갈 것처럼 생겼다.

그러나 그 안에 괴력을 숨겨두고 있다. 이런 반전, 언제든지 재미있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괴력의 예쁜이'들이 드라마에 잇따라 등장하며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나약한 여성상은 없다.

아기 엄마가 맞냐는 소리를 달고 다니는 날씬한 전지현(36)과 '엄지공주'를 연상케 하는 소녀 같은 박보영(27)이 여성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화제를 모은다.

데이트 폭력과 여성을 향한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이들 '괴력의 예쁜이'들이 힘만 믿고 설치는 이들을 향해 시원하게 한방을 날린다.





◇ 보디가드 도봉순과 인어 심청이

'힘쎈여자 도봉순'이 지난 5일 4회에서 시청률 8.3%를 기록하는 등 연일 쭉쭉 상승세다.

제목부터 흥미를 돋우는 이 드라마는 '힘 센 여자'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며 시청자에게 웃어갈 페이지를 준다.

그런데 이 힘이 센 여자 도봉순 역의 박보영은 키가 160㎝도 안 되고, 체중도 41㎏에 머문다. 힘 하면 흔히 생각하는 역도선수나 씨름선수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배반하는 게 포인트다.

높은 산 위, "아무리 힘을 써도 절대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흔들바위를 손가락 하나로 떨어뜨려 물의를 일으킨다. 가볍게 한 닭싸움에서 툭 하고 슬쩍 건드렸을 뿐인데 해병대 출신 건장한 남성이 저 멀리 날아가 꼬리뼈가 '절단' 났다.





158㎝의 작은 박보영은 심지어 183㎝의 박형식을 두 팔로 가볍게 들어 올려 안은 채 질주하기도 한다. 작은 소녀가 덩치 큰 어른 남자를 들고 뛰는 격이다. 이 장면에서는 저 유명한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가 장대하게 울려 퍼졌다.

그 노래처럼, 힘센 여자 도봉순은 재벌 안민혁(박형식)의 '보디가드'다.

실제로 요즘은 여성 보디가드도 많지만, 도봉순처럼 '엄지공주'를 연상시키고 힘 한번 못 쓰게 생긴 외모는 없을 듯하다. 드라마는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비트는 전법으로 허를 찌르는 재미를 안겨준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SBS TV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는 괴력의 인어가 등장했다.

슈퍼모델 뺨치는 가녀린 외모의 전지현이 연기한 인어 심청이다.




심청이는 가벼운 잽 펀치로 '울퉁불퉁'한 깡패들을 날려버리고, 발길질 하나로 기물을 심각하게 파손한다. 오토바이 타고 도망가는 소매치기범을 순식간에 잡아 기둥에 매달아두고, 심지어 어쩌다 부상해도 금세 회복한다. 부러진 뼈는 순식간에 붙고, 자동차에 치여 당장 죽을 지경이었음에도 다음날 다 털고 일어난다.

심청이는 강철 체력이라 첫눈에 반한 허준재(이민호)를 찾아 저 먼 남태평양 바다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줄기차게 헤엄쳐왔다.

무심히 휘두른 주먹에 '덩치'들이 공중으로 날아갈 정도로 힘이 세고, '어류'로 분류되는 수영 황제 마이크 펠프스처럼 엄청난 체력과 폐활량을 가진 심청이는 도봉순보다 한 수 위다. 힘센 여자의 희소성이 아닌, 비현실성을 판타지로 극대화한 캐릭터다.







◇ '섹시함' 대신 '청순함'으로 승부…재치있는 약점도 동력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힘센 여자를 섹시함과 엮어서 표현했다. 원더우먼을 비롯해 캣우먼·블랙위도우 등이 괴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다.

도봉순과 심청이는 섹시함 대신 청순함과 순박함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차별화된다. 21세기에 맞지 않게 촌스러운 이름도 웃음의 윤활유가 된다.

또 할리우드에서는 이들 여성의 파워를 세련되게 포장했다면, 도봉순과 심청이의 파워는 코믹하게 포장되는 것도 다르다.

CG로 표현되는 괴력 발휘 장면들이 모두 웃음 폭탄을 터뜨리며 유쾌하게 펼쳐진다. 동시에 앞뒤 없이 폭력적인 남성을 벌하는 식으로, 평소 여성들이 갈망하거나 동경해오던 순간에 발휘돼 시원함을 안겨준다.

드라마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힘센 주인공들에게 약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지점도 재치가 있다.

도봉순은 사사로이 힘을 쓰면 병에 걸리고 곧 힘을 잃는 것으로 설정됐고, 심청이는 인어 출신인 까닭에 물에서 오래 벗어나면 힘이 점점 떨어진다.







이 지점이 극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미 도봉순의 엄마와 외할머니는 사익을 채우려 힘을 쓰다 힘을 잃어버렸다. 남자든 여자든 정의로운 데, 공익을 위해서만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점에 밑줄이 쳐진다.

심청이는 뭍에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시종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어가 평소 바다에서 총 맞을 일이 없어, 총상에는 유독 약한 것도 흥미로운 설정.

'힘쎈여자 도봉순' 제작 관계자는 9일 "괴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 이야기는 대리만족과 시원함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요즘 등장한 캐릭터들은 단순히 힘 약한 여자가 남자를 막 때리는 차원이 아니라 역발상이라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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