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내놔" 70대 노인 30대 강도와 사투…경찰 검거

입력 2017-03-09 15:24   수정 2017-03-10 08:18

"흉기 내놔" 70대 노인 30대 강도와 사투…경찰 검거

큰아버지가 조카며느리 매장에 든 강도 4분여간 몸싸움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 8일 오후 4시 44분께 광주 북구의 한 이동통신 매장에 업주 A(32·여)씨가 앉아 있다가 휴대전화를 들어 남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남편과 통화하고 있는 사이 매장 밖을 기웃거리던 한 남성이 불쑥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라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이 남성은 겉옷 속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A씨에게 들이밀며 "돈 내놔!"라고 소리쳤다.

A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뺀 후 뒷문으로 도망가며 "강도야"라고 소리 질렀다.

강도는 A씨가 달아나자 당황한 듯 멋쩍게 흉기를 겉옷 속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급한 소리는 주변 사무실에 있던 A씨 남편의 큰아버지 B(70)씨에게 전해졌다.

B씨는 한달음에 달려와 매장 안에서 서성거리는 강도(박모·36)와 맞닥뜨렸다.

"당신 뭐야. 흉기 내놔"고 소리치며 주섬주섬 손으로 더듬어 방어도구를 찾던 B씨의 손에 플라스틱 의자가 잡혔다.

의자를 방패 삼아 용감하게 다가선 B씨는 박씨에게 옷 속의 흉기를 내놓으라고 계속 요구했다.

이에 박씨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의자 너머로 손을 뻗어 주먹질하며 B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B씨는 들고 있는 의자를 던지며 저항했지만, 30대 젊은이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매장 코너에 몰려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던 B씨는 박씨가 도망갈까 봐 다리를 온몸으로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B씨는 몸싸움 도중 넘어져 깨진 유리탁자 조각에 손을 5㎝가량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때리다 지친 박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왜 흉기를 내놓으라고 하느냐. 때릴 마음 없었는데, 흉기 내놓으라고 해서 때린 거다"라고 말하며 어처구니없게도 "물 한 잔 마시자"고 B씨에게 말했다.

정수기에서 직접 물을 떠 마시는 박씨를 B씨가 달래는 사이 신고를 받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삼단봉으로 박씨를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웠다.

박씨는 이날 여자친구와 다투고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우울증 등으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박씨는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어머니에게 월 2만∼3만원의 용돈을 받아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큰아버지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으로 피해를 면한 A씨는 "큰아버지가 강도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용감하게 붙잡았다"며 "큰아버지 덕분에 강도 피해를 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을 베인 B씨는 봉합 수술을 받았다.

경찰은 용감하게 범인 검거를 도운 B씨에게 감사장을 줄지 검토하고 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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