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 3조8천억원 수주 결실로

입력 2017-03-13 14:58   수정 2017-03-13 16:18

이란서 날아온 '이메일 한 통', 3조8천억원 수주 결실로

경제제재 해제 직전인 2015년, 이란이 현대엔지니어링에 '러브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 2015년 어느날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란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2016년 1월, 미국의 대 이란 경제제재가 풀리기도 전이다.

메일에는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로 명성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란 건설공사에 참여해줄 수 있느냐"고 적혀 있었다.

이란에서 단독 사업이 없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처음에 메일을 받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이 메일의 내용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했다.

2015년 8월 이란 현지사무소를 개설했고 현지 발주처, 협력사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설이 돌기 시작하고부터는 해외영업 담당 임직원들을 수시로 파견해 수 개월간 매일같이 발주처를 방문하는 등 '밀착 영업'을 펼쳤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최대 규모인 3조8천억원짜리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 공사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후 과정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양해각서(MOU) 수준의 '기본합의서' 단계에 불과했는데 10개월만에 계약까지 맺는데 성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풀리기 전부터 보여준 스킨십 영업이 발주처의 신뢰를 쌓았고 최종 수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2005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가스처리시설 공사'에 공동 참여한 이후 13년만에 이란 시장에 재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란서는 처음으로 공사 전체를 총괄하는 '주간사'의 지위도 얻었다. ##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란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낭보가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ㆍ4위인 자원 부국,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곳이다.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우리 기업이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수주가 가능할 것처럼 포장됐다가 별다른 성과가 없어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작년 말부터 서서히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이다.

외화결제와 자본조달 등의 문제로 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지만 결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줄 '노다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 건설시장의 '터줏대감'으로 불려온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낙찰통지서(LOA)를 받은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계약을 지난 12일 체결했다.

공사 금액이 2조2천33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로 대림산업이 설계부터 기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까지 맡는다.

지난 2010년 미국의 주도로 이란 경제제재가 시작됐을 당시 사우스파스 가스전 등 현지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던 대림산업은 해외 건설사들이 사업을 중도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현지사무소를 유지하며 공사를 계속 진행하며 신의를 지켰다.

대림은 이러한 신뢰와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이스파한 정유공장 외에도 올해 9∼10월경 20억 달러(2조2천800억원) 규모의 박티아리 댐·수력발전 플랜트 공사를 눈앞에 두고 있어 다시 수주 낭보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잇는 약 49억 달러(5조6천억원) 규모의 철도 공사도 양해각서(MOU)를 맺고 수주를 추진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이란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작년 5월 이란 전력청 산하 전력지주회사의 자회사인 TPPH와 5억 달러 규모의 잔잔(Zanjan)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맺고 최종 수주를 논의중이다.

이들 회사 외에도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업체들이 이란에서 병원과 도로·철도, 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 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말 대우건설은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추정 사업비 5억 달러(약 6천억원) 규모다.

정부의 지원도 한 몫했다. 이란은 박 전 대통령이 작년 5월 이란서 순방외교를 펼친 이후 우리 정부와 건설사들의 민관합동으로 전략적 공세를 펼쳐온 곳이다.

올해는 특히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이 참여하는 해외건설 수주 드림팀을 만들고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 사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PPP는 민간이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민자 고속도로 사업처럼 민간 사업자가 기획부터 개발, 건설 등을 거쳐 운영까지 하면서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복잡하고 규모도 큰 PPP 사업을 성사시키려면 국가간, 민관간 협력 체계 가동이 필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경제 재건을 시작한 이란이 가장 급하고 수익성이 있는 사업부터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며 "플랜트와 토목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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