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사라진 인천공항·명동 '썰렁'…韓 단체관광 금지 첫날(종합)

입력 2017-03-15 17:03   수정 2017-03-15 17:10

유커 사라진 인천공항·명동 '썰렁'…韓 단체관광 금지 첫날(종합)

"3분의 1이나 줄었어요" 가이드·택시기사 울상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김현정 이승환 기자 = "중국인들이 오지 않으니 고객이 3분의 1 줄었어요.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은 썰렁했다.

이날 오전 공항 입국장 주변 벤치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아시아인 관광객 여러 무리가 가방을 내려놓고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중문으로 '迎光'(환영합니다)라고 적힌 관광 가이드의 피켓이나 유커 손에 쥐어지던 중문 가이드 책도 자취를 감췄다.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던 가이드다. 이들은 "직업을 옮겨야 할 지경"이라며 울상을 짓는다.

20여명의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인솔하던 박모(47)씨는 "중국 외 다른 나라 관광객으로 수입을 내기 한계가 있다"며 "최근 한 달간 중국인 관광객을 받은 적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에 따르면 대다수 관광 가이드는 고정적인 월급을 받지 않고 관광객 수요에 따라 '일당'을 받고 있다. 관광객이 없으면 수입도 없는 셈이다. 박씨의 주수입원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면서 "수입의 80∼90%가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중국 다롄(大連), 톈진(天津), 칭다오(靑島)발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잇따라 착륙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유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택시 기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드 논란 후 관광객이 점차 줄면서 공항에서 대기하던 택시 수도 줄어들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지난달 말만 해도 하루 1천500대 정도의 택시가 공항에 배치됐으나 이달 들어 하루 천대 정도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며 "출퇴근 시간 등 이른바 '혼잡시간'에 택시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손님들을 받지 못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택시 운전자 이모(53)씨는 "최근 나흘 동안 중국인 관광객을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12일 1만5천12명, 13일 1만6천325명이던 중국인 입국자는 한국 관광 금지령이 적용되기 전날인 14일 9천462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무안·양양 등 7개 국제공항의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중국노선 여객은 지난해 동 기간에 비해 1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공사는 특히 제주·청주·무안공항은 중국노선 비중이 높아 금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객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관광수요 위축에 따라 중국 노선 운항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중국발 예약이 부진한 8개 노선의 운항을 총 79회 감편하기로 했다. 이는 이 항공사의 중국 전체 정기편 운항의 6.5%에 해당된다.

아시아나항공도 15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중국 12개 노선의 운항을 총 90회 줄인다.

예년같으면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날 서울 명동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고, 상인의 한숨소리만 흘러나왔다.

명동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원래 손님 10명 중 7명이 중국인이었는데 중국인 손님이 80% 이상 줄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화장품 판매점 직원 A씨는 "시간대에 상관없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찼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명동에 놀러온 중국인은 한국정부에 대해 거침없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 전 한국에 왔다는 20대 중국인 여성은 "중국에 불리한 사드를 받아들이는 한국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에서 나이가 적든 많든 모두가 화가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한국에 안오려고 했는데 몇 달 전에 예약해 놓은 거라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했다.

반면 명동거리를 찾은 일부 한국인 쇼핑객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고서진(30) 씨는 "그간 관광버스가 너무 많아 교통이 불편했었다"며 "한 정거장 거리도 많이 막혀 적잖은 시간이 걸렸는데, 오늘은 예상시간보다 빨리 명동에 도착했다"며 웃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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