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사의 수령 70명에 대한 인사고과 내용도 담겨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돌림병인 우역(牛疫)에 걸린 소에 인분과 지렁이를 넣고 끓인 물을 먹여라."
1834년 1월 17일 전라도 관찰사 서유구는 이런 내용이 담긴 특이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전라도 53개 군현 등에 보낸 이 공문은 설사, 발열, 탈수, 분비물 등 현재의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우역에 대한 일종의 약방문(藥方文)이었다.
이 약방문은 "우역을 치료하는 비방은 인분 조금과 지렁이를 형편에 따라 도관 한가운데 넣고 불로 끓여 물이 맑은 것을 가져다 먹여라"고 처방했다.
도관은 점토를 구워서 만든 관을 말한다.
또 우역으로 소가 하루 혹은 이틀 동안 먹이를 먹지 않으면 문어 다리로 번갈아 코를 뚫어 관통시키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지렁이를 많이 잡아 소의 입속에 넣고 목을 눌러 넘어가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역 발생 농가 인근의 소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약방문은 "우역이 근처에 들어왔을 때는 우선 소변을 먹이되, 병들지 않은 소에 소변을 하루에 3∼4차례 먹이면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소는 본시 사람의 오줌을 좋아하므로 남자가 소의 입에 바로 대고 오줌을 누면 스스로 받아먹는데, 이는 최고로 신비한 효과를 본다"고 장담했다.
전북도가 15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조선 후기의 대표적 실학자이자 전라도 관찰사를 역임한 풍석 서유구(1764∼1845)의 '완영일록(完營日錄)' 1차 번역본을 출간했다.
완영일록은 서유구가 전라도 관찰사로 재직하던 1833년 4월부터 1834년 12월까지 전라도 감영이, 즉 완영이 있는 전주에서 지방 통치 및 재정을 운용하면서 수행한 공무를 일기형식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8권 1책으로 구성된 완영일록은 13종, 1천70건의 공문서를 날짜별로 기록한 행정일기로 원본은 성균관대 존경각에 보관되어 있으며, 전북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완영일록 1∼4권의 번역을 마무리했다.
이 일기의 1833년 6월 15일 기록을 보면, 관찰사가 전라도 수령 등 70명에 대한 상반기 인사고과 내용도 상-중-하로 기록했다.
광주 목사 조운명의 평가는 '상'이었는데, 일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정사가 맑고 송사가 간략하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조운선(물건을 실어 나르는 배)의 곡식은 어디 갔는가"라는 코멘트가 달린 해남 현감 백귀진의 인사고과는 당연히 '하'였다.
백귀진이 곡식을 빼돌렸다는 것을 관찰사가 이미 알고 있었다.
노학기 전북도 문화유산과장은 "완영일록은 관료로서 서유구의 면모뿐 아니라 전라도의 사회상과 생활사에 대한 기록이 생생히 담겨 있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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