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15일 단일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대선 투표 때 개헌안 국민투표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기로 한 것이 골자다. 이들 3당은 다음 주 초까지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3당 개헌특위 간사들이 모여 작업을 해왔고, 최근 들어 민주당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까지 들어 단일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개헌파 의원은 "참여를 요청받아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며 단일안 내용이나 국민투표 시기 등에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 이상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에서 의결된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개헌 이행의 구체적 청사진이 나온 것은 일단 의미 있는 진일보로 평가할 만하다. 개헌안이 서둘러 마련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으나, 개헌의 당위성만큼은 절실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현될 때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56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 날짜에 맞춰 국민투표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3당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이렇게 서두르는 개헌의 순수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개헌을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는 '대선 반전'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정략적인 선거용"이라면서 "개헌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진행될 일이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현실적으로 개헌 정족수인 200석 이상 확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한국당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소속 의원들이 공공연히 헌재 불복종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개헌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개헌안 발의에는 의원 150명, 의결에는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3당 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도 165명에 그친다. 정의당(6석)의 경우 노회찬 원내대표가 "대선 가망이 없는 세력들의 개헌빙자 야합"이라고 말한 것을 봐도 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개헌에 동조하는 의원 30여 명이 전원 가세해야 하는데 현실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이 "이행 안 될 공약"이라고 일축했듯이 정치권 안팎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30년 간 지속해온 '1987년 헌법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국민 여론도 개헌에 호의적이다. 다만 방법과 시기가 문제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서둘러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정략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서 보듯 '제왕적'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독점의 폐단을 서둘러 혁신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개헌론을 비판만 할 것은 아니다. 개헌의 중대성과 국민 다수의 여론을 고려해 개헌의 방향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개헌의 핵심 의제인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해서도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졸속 개헌으로 대선 판도를 흔드는 것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말을 흘리면서 어물쩍 대선 이후로 넘기려는 것이나 정략적이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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