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15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를 앞둔 부산 사직구장.
SK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서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지고 있었다.
힐만 감독의 투구는 20분 이상 이어졌다.
감독이 직접 배팅볼을 던지는 모습은 한국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온 힐만 감독은 인터뷰에 응하기 전 취재진에게 땀을 닦을 시간을 달라고 양해부터 구했다.
잠시 숨을 고른 힐만 감독은 "선수와 함께 웜업을 했다"고 말했다.
직접 배팅볼을 던지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힐만 감독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먼저, 새로운 각도에서 타자들의 스윙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더그아웃에서 타자들의 타격을 본다. 타자의 뒷모습을 주로 보게 된다.
그러나 마운드에서는 타자를 정면으로 볼 수 있다. 힐만 감독은 "던지는 각도에서 타자의 스윙을 보며 컨디션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배팅볼 투수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힐만 감독에게 배팅볼 던지기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는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후 매일 배팅볼을 던졌다. 미국에서도 거의 매일 했다"며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간혹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배팅볼을 던지는 감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힐만 감독이 일본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5년간 감독을 지낼 때는 배팅볼을 잘 던지지 않았다. 그는 "당시 구단에 배팅볼 투수가 6명이 있었는데, 내가 던지면 그들이 직업을 잃을까 봐 안 던졌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1990∼2001년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과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 육성 디렉터를 지냈다. 2003∼2007년에는 일본 닛폰햄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 1회(2006년), 준우승 1회(2007년)를 달성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2008∼2010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 코치를 지내다가 올 시즌 SK 사령탑을 맡았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치면서 힐만 감독은 이처럼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그가 속한 리그의 특성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한국에서 첫 시즌을 보내게 된 힐만 감독은 "적응이나 문화, 언어의 차이로 인해 딱히 불편을 느끼는 것은 없다. 선수나 직원과 소통하는 데는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5년을 보내면서 첫해에는 문화 차이를 느꼈다. 그러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적인 것은 성적"이라며 "팀의 성적이 좋으면 사람들이 나에게 잘해줄 것이고, 성적이 안 좋으면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프로로서 SK 와이번스의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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