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숙자 한다협회장 "다문화센터, 통일시대의 소중한 자산"

입력 2017-03-16 11:11  

[인터뷰] 신숙자 한다협회장 "다문화센터, 통일시대의 소중한 자산"

2년 새 임기 시작…강화다문화센터 이끌며 회원 대변하는 '신다르크'



(인천=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년 전에도 주변의 강권 때문에 마지못해 회장을 맡았는데 또 2년간 짐을 지게 됐네요. 흔히 하는 농담처럼 '잘할 때까지 더하라'는 얘기인가요? 어쨌든 책임을 맡았으니 회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죠.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히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2015년 3월부터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약칭 한다협)의 회장을 맡아온 신숙자(59) 강화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지난 1월 19일 한다협 총회에서 제5대 회장으로 재선돼 지난 1일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별도의 회장 취임식은 열지 않고 오는 4월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양승조 의원실과 공동 개최하는 다문화가족지원법 관련 정책 포럼과 함께 새 집행부 발대식을 치를 계획이다.

15일 인천광역시 강화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신 회장은 한다협 회장 재선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난 2년간 보여준 모습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다문화가족이 많지도 않고 지자체 예산이 풍족하지도 않은 강화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한다협 회장을 처음으로 연임하게 된 까닭을 묻자 "수도권이면서도 도시와 농촌과 어촌이 다 섞여 있어 회원들이 대표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여긴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역적 특성만 보고 회원들이 두 차례나 대표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거듭 질문을 던지자 "겉으로는 여성스럽고 조용해 보이면서도 국회나 여성가족부 등을 상대로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성격이어서 회원들의 뜻을 잘 전달할 것으로 평가한 모양"이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실제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사이에서는 백년전쟁 때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다르크'를 빗대 그를 '신다르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 회장은 지난 재임 기간의 활동 가운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번역사와 이중언어 코치의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여준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전국에 218개에 이른다(여가부 지원 없이 창원시가 독자적으로 운영비를 대는 1개 포함). 228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 거의 하나씩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와 광역·기초단체가 경상비와 사업비를 분담해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거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며 다문화가족에게 한국어 교육, 이중언어 환경 조성, 아이 돌봄, 문화 프로그램, 자조 모임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다협에 회비를 내는 센터는 120개지만 한다협은 나머지 센터들의 의견도 대변하려고 힘쓰고 있고 이들 센터도 한다협을 대표 단체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전북 정읍 출신의 신 회장은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중고교 교사인 남편을 따라 경기도 이천을 거쳐 1994년에 강화도로 이사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돕다가 2005년 우연한 계기로 결혼이주여성 문제에 관심을 품게 됐다.

"군의원의 주선으로 한 여성을 상담하러 갔다가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마주쳤어요. 동남아 여성들이 우리나라 농촌 총각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긴 했지만 직접 만나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아이도 업고 있었는데 마치 정신 나간 사람 같았어요.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는지 몰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한 길이었을 텐데 자아도 잃고 꿈도 없이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더군요. 또 그 여성과 연결돼 다른 필리핀 출신 여성을 알게 됐죠. 몸져누운 시어머니를 헌신적으로 병구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 계기로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섰죠."

신 회장은 천주교 인천교구의 도움을 얻어 2006년 강화군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설립했고 2008년 강화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지금까지 센터를 이끌고 있다. 강화군에는 이주노동자가 약 700명, 결혼이민자는 350명(결혼이주남성 1명 포함)가량 된다.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개인별 맞춤형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한 이주여성은 결혼중개업자한테서 '한국에는 돈이 날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만 있으면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떼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대요. TV 드라마에 비친 것처럼 한국 남성은 모두 잘생기고 배려심도 많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현실은 딴판이어서 인생이 완전히 무너지는 듯한 좌절감을 맛보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잠재 능력을 개발해 실현 가능한 꿈을 설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강화센터의 직원들은 시간이 없거나 시댁 등 주위의 눈치 때문에 센터를 찾지 못하는 다문화가족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인근 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는 적도 많다. 검정고시 합격률은 인천 9곳 가운데 강화센터가 최고를 자랑한다. 올해도 결혼이주여성 6명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다. 학원비를 지원하고 마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교사 경력자가 직접 지도해준다. 강화센터의 이런 배려와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목표를 이루면 이들의 마음가짐과 생활이 바뀌고,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대학을 가느냐'고 하던 주변의 시선도 확 달라집니다. 이주민을 선주민과 똑같이 대하고 동등한 기회를 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주체적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은 채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죠."


신 회장은 2006년 시작된 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이 결혼이주여성의 안정된 정착에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질적인 변화를 이뤄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결혼이주여성의 노후 문제에도 대비해야 하고 중도입국 자녀, 외국인 유학생, 고려인 동포 등 다양한 사례를 포괄할 수 있는 다문화 통합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다문화가족 지원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다문화 로드맵과 함께 정부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미래를 대비해 일관성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한다협은 다문화 사업 총괄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선거 공약 제안서를 만들어 최근 주요 정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정부가 2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최근 여가부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 서비스 민관 추진단'의 구성과 법률 개정 움직임에도 비판을 쏟아냈다.

"현장 추진단에 포함된 지자체 공무원 명단을 보니 다문화 담당이 별로 없어요. 건강가정진흥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고쳐 (가칭)가족센터로 통합하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설치 기준을 모두 삭제하려는 것도 문제죠. 전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이곳의 인력은 우리 사회의 인프라입니다. 그동안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다가올 통일 시대에 북한 주민을 돕는 데도 소중하게 쓰일 겁니다."

신 회장은 "다문화라는 말이 사라져야 진정한 사회 통합이 이뤄진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일리가 있으나 아직 현실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문화라는 용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적절한 용어로 대체하면 되는 일인데,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모두 뭉뚱그려 놓으면 약자인 다문화가족이 배려받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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