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후타바(미야자와 리에)는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사춘기 딸 아즈미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남편이 가업으로 물려받은 목욕탕을 함께 운영했지만 남편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후 목욕탕 문을 닫고 빵집에서 일하고 있다.
남편 가즈히로(오다기리 조)는 가장 역할에는 서툴고 파친코를 좋아하는 철부지 남편이자 아빠다. 말도 없이 집을 나가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자신이 암에 걸려 얼마 못 산다는 것을 알게 된 후타바는 남편을 찾아 집으로 데려온다. 남편에게는 또 다른 딸 아유코가 달려있다. 이렇게 네 명으로 다시 모인 가족이 힘을 모아 목욕탕 문을 다시 열고 운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숨겨졌던 가족의 비밀이 하나둘 벗겨진다.
영화 '행복 목욕탕'은 조그만 동네 대중 목욕탕을 무대로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비밀을 지닌 가족의 일상을 통해 감각적이고 따뜻한 영상으로 담아낸 영화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는 주인공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끈끈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간다.
각본을 직접 쓴 나가노 료타 감독은 감각적인 소재와 영상을 통해 가족애의 따스한 온기를 전하며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물이 끓고 있는 큰 냄비에 둘러앉아 함께 샤부샤부를 먹는 장면이나 수증기가 올라오는 탕에 온 가족인 맨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에서는 가족애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데우는 허름한 목조건물의 목욕탕, 목욕탕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등도 대중목욕탕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출연진이다.
일본의 국민 여배우로 불리는 미야자와 리에는 이 영화에서 아픔을 지닌 채 사랑으로 가족을 품어나가는 강인한 엄마를 연기해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일본의 톱스타 오다기리 조는 제멋대로 사는 한량이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은 순수한 인물 가즈히로를 특유의 넉살 좋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는 딸 '아즈미' 역은 아역배우 출신의 신예 스기사키 하나가 맡아 일본 주요 영화제의 여우조연상과 신인상을 휩쓸었다.
나가노 료타 감독의 상업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돼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3월23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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