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지도 변한다] 온난화 영향에 DMZ 인근 '꿀사과' 재배지 부상

입력 2017-03-19 06:01  

[과일 지도 변한다] 온난화 영향에 DMZ 인근 '꿀사과' 재배지 부상

"사과 주산지 경상도 농민도 이주해 농사"

(양구·파주=연합뉴스) 이해용·우영식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강원 양구군 중동부 전선의 사과 재배 농민들은 농사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가지 치고 자른 가지를 치우고, 퇴비를 주다 보면 하루가 짧기만 하다.

비무장지대(DMZ)와 접하고 있는 최전방 주민이 사과 재배를 시작한 데는 기후 온난화 영향이 가장 크다.

양구군은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그동안 사과를 재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온난화로 재배 면적이 급증했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과 재배가 시작된 양구군에서는 20년 사이 재배 면적이 120㏊(150 농가)로 늘었고, 사과가 지역 대표 농산물로 떠올랐다.

사과가 최전방 마을의 대표 농작물로 자리 잡은 것은 내륙 산간 특성상 일교차가 커 고품질 사과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구에서 생산된 사과 당도는 15브릭스 이상이다. 한마디로 '꿀사과'다.

이 때문에 사과 주산지였던 경북·대구의 농가 중 현지에서 농사를 접고 아예 양구로 이주해 사과 묘목을 심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양구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의 절반 정도는 경상도에서 올라온 주민으로 추정된다는 게 과수 농가들의 설명이다.

박천재 양구사과연합회 회장은 "예전에도 사과나무를 조금씩 키우긴 했지만, 대규모로 늘어난 것은 기후 온난화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물 맑고, 공기가 좋은 데다 일교차까지 크다 보니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남한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소문난 인근 철원에서는 최근 10여 년 사이 사과 재배 면적이 50㏊로 늘었다. 10여 년 전에는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가 거의 없었다.

강원 최대 곡창지역으로 벼농사를 주로 지었던 철원 농민들이 사과 재배로 눈을 돌린 것은 동해(凍害)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연평균 10도 이하였던 철원의 기온은 최근 11∼12도로 상승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숙성되는 여름철 일교차도 10도 이상이어서 당도 높은 사과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 당도는 17∼18브릭스에 이른다는 게 철원군의 설명이다.

사과가 쌀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농가에 안겨주는 것도 재배 면적이 증가한 한 요인이다.


서부전선인 경기 북부도 사과 재배 면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기준 연평균 기온은 1910년 10.3도, 2010년 12.7도, 2015년 13.6도로 100여 년간 3.3도가량 상승했다.

사과는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면 나무가 얼어 죽는다. 하지만 최근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피해가 줄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까지 사과를 거의 재배하지 않던 연천군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12년 22 농가 31㏊, 2014년 38 농가 40㏊, 지난해 55 농가 48㏊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62 농가 52.4㏊로 늘었다.

포천군도 비슷한 상황이다.

2005년 30 농가가 40㏊ 규모의 사과를 재배했던 포천은 2010년 70 농가 70㏊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125 농가 130㏊로 늘어 12년 만에 재배 면적이 3배 이상 늘었다.

포천시는 기후 온난화로 개화 시기가 5월 초순 무렵에서 4월 하순께로 10일가량 빨라져 동해가 적고 큰 일교차 덕분에 높은 당도에다 치밀한 조직 등 상품성까지 좋아 사과를 전략 작물로 육성하고 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포천에서 생산한 사과는 조직이 치밀해 같은 크기의 사과라도 무게가 더 나간다"며 "매년 10㏊씩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도 2012년 25 농가 30㏊에서 올해 54 농가 60㏊로 재배 면적이 두 배 늘었다.

추위에 민감한 복숭아까지 파주에서 재배된다.

5년 전인 2012년 12 농가 6㏊였던 재배 면적이 최근 16농가 10㏊로 늘었다.

파주의 사과와 복숭아는 'DMZ 평화사과', 'DMZ 평화복숭아'라는 상표로 팔리는 데 미리 주문해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파주시 농업기술센터는 "기후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한 데다 추위에 강한 품종 개량으로 사과와 복숭아 재배 면적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dmz@yna.co.kr

wy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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