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의 쟁점들은?…43년만 '이혼'에 모든 관계 재설정

입력 2017-03-21 01:04  

브렉시트 협상의 쟁점들은?…43년만 '이혼'에 모든 관계 재설정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 협상"

이혼합의금·FTA·안보협력·국경·시민권자 거주권한 등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오는 29일 시작된다.

2년에 걸쳐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 협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많은 쟁점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다투면서 '지저분한' 이혼협상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 돈문제 = 처음부터 양측은 돈 문제를 놓고 얼굴을 붉힐 것으로 예상된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3조3천억원)를 요구할 태세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0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민이 매년 EU 예산에 "엄청난 금액"을 계속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게 아니라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영국 상원 EU재무위원회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재정분담 관련 규정 등 모든 EU 법은 적용이 중단될 것이고 영국은 재정분담 이행의무에 전혀 구속되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협상결렬 시 한 푼도 내지 않고 EU를 떠날 수 있다는 법적 검토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EU는 선(先)이혼합의금-후(後)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로 응수한다는 전략이다.

심지어 오는 9월 독일 총선 전까진 영국에 요구할 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으면서 신속한 FTA 협상을 바라는 영국을 압박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배수진을 쳤다.

영국의 EU 분담금은 독일 다음으로 많다. 지난 2015년 영국이 낸 분담금(실지급금)은 129억파운드(약 18조2천억원)였다. 하지만 영국 어민들과 대학들이 보조금과 연구지원금으로 44억파운드를 돌려받았다

◇ 영-EU FTA 협상 = 영국은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기로 했다.

대신 FTA를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EU 측은 영국이 EU 이민자 유입을 줄이려고 사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기로 한 만큼 '제3국'과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EU 이탈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배경도 깔렸다.

영국과 EU 간 긴밀한 교역관계를 고려하면 FTA 협상은 사실상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영국은 자국이 EU 회원국의 주요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EU 회원국들에도 타격을 가한다면서 상호 호혜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에서 핵심 영역인 금융산업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런던에 유럽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대체로 '패스포팅 권한'(EU 역내에서 국경에 상관없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을 접고 탈(脫)런던 계획을 마련한 채 떠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틈을 타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등은 런던을 떠나는 금융회사들을 끌어들이는 유치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안보·대(對)테러 협력과 국경문제 = 유럽 대륙에서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영국의 테러 대처 능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영국 내부에서 일고 있다.

EU가 잠재적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감시와 테러 모의 계획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가운데 브렉시트로 정보 및 사법당국간 공조 체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영국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은 나토에서 미국 다음의 방위력을 갖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이른바 '유럽통합방위군'을 추구해온 EU 측의 노선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등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력 제기했지만 독일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가운데 미국과 '특수관계'인 영국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 목표를 지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동조하고 나선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아울러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 있는 자유통행지역의 처리도 문제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이곳은 EU의 외부국경이 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변동이 없기를 바라고 있지만 EU 외부국경인 이곳이 '예외'로 인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자유통행지역에 대한 제한은 아일랜드 섬의 유혈 내전을 끝낸 이른바 '금요일 평화헙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EU 거주 이민자 = 현재 영국에는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EU 시민권자가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폴란드인 80만명 등 일자리를 찾아 영국에 이주해온 동유럽인들이 많다.

반면 영국 시민 120만명이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 EU 남은 27개국에 거주하고 있다.

영국과 EU 양측은 상호 호혜 원칙에 따라 이들에게 지금 같은 거주권한을 계속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내부에선 협상 시작에 앞서 먼저 영국내 EU 시민들의 거주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의회에서 거세게 제기됐지만, 메이 총리는 EU 내 거주 영국 시민들의 권한 보장과 동시에 타결될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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