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임시 안전지대 만들겠다" vs "법적·윤리적으로 문제"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임시 안전지대'를 만들겠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미국의 우방들과 인도주의 기구들이 법적·윤리적 문제를 들어 비판하고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22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반(反)IS 국제연대회의' 연설에서 강력한 IS 격퇴 의지를 천명하면서 수십만 명의 난민 대책과 관련,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틸러슨 장관은 미 국방부가 비용과 군사적 부담 등을 이유로 그동안 반대해온 안전지대 설치 구상을 밝혔다. 그는 "난민들을 위한 임시 안전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 절차와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와 관련, IS로부터 탈환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방대한 지역이 난민 안전지대 후보지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난민이 유럽과 기타 서방국들로 흘러들어 가는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안전지대 개념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ABC 뉴스 회견에서 "시리아에 안전지대를 반드시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민들을 분쟁 지역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방안에 대해 미국의 우방들과 인도주의 단체들이 법적,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하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아우구스토 산토스 실바 포르투갈 외무장관은 포린폴리시에 "우리의 입장은 언제나 난민 관련 국제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교전 당사자들로부터 공격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난민들을 자국에 남게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안전지대 구상에 대한 인도주의 차원의 반대 여론과 관련, "우리도 그같은 우려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았고, 이틀간의 워싱턴 국제연대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포린폴리시는 어느 군대가 어느 지역을 안정화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난제라고 지적했다.
터키는 안전지대가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쿠르드민병대의 피신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방국들은 튀르크 족이나 쿠르드족이 안정화할 수 없는 지역은 서방의 유지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개입을 위해 중동에 군대를 보내는데 주저하고 있다.
안전지대 설정안은 미 국방부가 시리아와 이라크에 병력과 장비를 증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은 21일 헬기를 동원해 반군인 시리아민주군(SDF)을 IS 수도격인 락까 부근 교전 지역으로 수송했다. 시리아에는 현재 1천 명의 미군이 파견돼 쿠르드민병대와 시리아 아랍 반군을 훈련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중동과 유럽의 미국 우방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우선순위와 목적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 IS 국제연대회의에 참석한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안전지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날 회의가 끝난 뒤 발표된 공동 성명에도 안전지대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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