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위기 뒤숭숭한 EU, 환갑잔치서 자성의 목소리 '봇물'

입력 2017-03-25 21:39  

분열위기 뒤숭숭한 EU, 환갑잔치서 자성의 목소리 '봇물'

"시민의 목소리 반영해 위기 극복해야"·"정책 전환 없이는 분열 가속"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로마조약' 서명 6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장 안팎에서는 떠들썩한 축하 대신에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두드러져 유럽연합(EU)이 처한 위기 상황을 방증했다.

이날 행사는 유럽연합(EU) 탄생의 모태가 된 조약 체결 60년을 맞아 열린 환갑 잔치인 셈이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EU 분열의 전주곡이 울린 상황에서 난민, 테러,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EU에게 파티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의 모태가 된 조약 체결 60주년 기념식을 영국이 빠진 채 치르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순간이다. 브렉시트는 비극"이라고 말해 잔칫날 흥을 낼 수 없는 EU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60년 전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 로마 조약에 서명한 장소인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정상과 EU 고위 집행부를 맞이하면서 "EU가 난민 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 요구에 응답하는 데 있어 너무 늦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젠틸로니 총리는 "EU는 경제 침체가 이어진 지난 10년 동안 미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고, 이는 편협한 국수주의의 재등장을 촉발했다"며 "EU는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통해 시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지도자들은 EU라는 보호막을 통해 경제, 난민, 군사 위협 등에 대한 대중의 우려에 응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유럽의회 새 수장으로 선출된 안토니오 타이아니 의장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그동안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며 "고담준론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EU는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EU 27개국 지도자와 바티칸에서 회동한 교황 역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없으면 EU가 죽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며, 연대를 통해 포퓰리즘과 자국 이기주의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2015년 여름,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긴축 요구를 거부하며 사임했던 야니스 바루카피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EU 지도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축하하려고 모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며 "EU는 너무나 빨리 허물어지고 있어 10년 이상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바루카피스 전 장관은 EU가 영국의 이탈 이후 새로운 통합 비전으로 제시한 '다중 속도의 EU' 방안에 대해서도 "이는 EU가 패배를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위기에 직면하고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태도를 취하는 EU 지도자들이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유럽을 위해서는 성장에 기반한 '유럽식 뉴딜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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