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00m 앞에서 본 세월호…화물칸 끝엔 승용차 뒷모습

입력 2017-03-26 17:38   수정 2017-03-27 08:14

[르포] 500m 앞에서 본 세월호…화물칸 끝엔 승용차 뒷모습

바다 잔잔하고 기상 양호…주변엔 검은 기름이 '둥둥'

(진도=연합뉴스) 진도 공동취재단·윤보람 기자 = "바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아요. 최고의 상태입니다."

26일 오전 9시 55분 진도 쉬미항에서 취재진이 전남도 소속 110t급 어업지도선인 '전남201호'를 타고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 근처로 다가가자 어업지도선의 한 선원이 이렇게 말했다.

화이트 마린 근처로 향하는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멀리서는 흰색과 파란색이 섞여 마치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중국행 '카 캐리'(자동차를 실은 선박)가 유유히 항해 중이었다.

세월호를 향해 가는 바닷길은 마치 '어서 가보라'는 듯 파도 하나 치지 않고 잔잔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출항하고 1시간 25분 뒤인 오전 11시 20분께 화이트 마린 인근 2㎞까지 접근하자 그 위에 얹힌 세월호 선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세월호 파란 바닥에 흰색과 검은색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바닷속에서 3년이란 긴 시간을 버텼음을 짐작게 했다.

지금까지 16∼18노트로 이동하던 어업지도선은 세월호가 가까워지자 9노트까지 속도를 줄이며 서행했다.

가까이서 본 세월호의 모습은 가슴을 짓눌렀다.

세월호는 선수를 화이트 마린의 선미 쪽으로 두고 평평하게 누워있었다.

선체 바닥에는 칠이 벗겨진 듯 회색 얼룩이 선명했고 녹이 슬어 주황색으로 변해버린 부위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바닥 한가운데는 검게 긁힌 흔적이 있었는데,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오래 바닷속에 잠겨있어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인양 작업 도중 긁힌 자국일 거라고 추정했다.

펄 속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세월호 좌현은 우현보다 더 짙은 적갈색을 띠었다.

오전 11시 35분 세월호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 어업지도선은 6노트의 느린 움직임으로 세월호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세월호 선체는 좌현 측 파손 정도가 우현에 비해 더 명확했다.

좌현 측 선수는 찌그러져 있었고, 갑판은 해저면에 부딪혀서인지 움푹 파여 무너진 상태였다.

승객이 바다에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한 철제 구조물인 펜스도 우현 쪽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좌현 쪽은 부서지거나 찌그러져 있었다.

좌현 선수 쪽에는 두 개의 큰 금이 가 있었는데, 선수 좌현에서부터 줄이 파고들어 배 중앙부까지 뚫고 들어간 형태였다.

이에 대해 함께 승선한 해수부 관계자는 "작년 6월 선수 들기를 하다 중단됐을 때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전 세월호 갑판에 튀어나와 있던 기둥은 무너져버린 듯 형체 없이 사라졌다.

선미 좌측 램프가 떨어져 나간 부위에서는 승용차 1대와 소형 굴삭기 1대의 뒷모습이 목격됐다.

앞서 이 램프는 인양 과정에서 문이 열린 채 발견됐는데,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실으려면 이 부분을 절단해야 했다.

선박 창문 곳곳에는 유실방지망이 설치됐으나 일부는 방지망이 없거나 다소 틀어져 있었다.

선체 바닥에는 위쪽(세월호 입장에서 우현)으로 꺾인 방향타도 보였다.

현재 세월호는 배수와 방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변을 둘러싼 방제선들은 흘러나온 기름을 분산시켜 자연 증발시키려고 바닷물을 위로 세차게 뿜어댔다.

일단 육안으로는 선체에서 해수가 흘러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변 바다에서는 검은 기름띠가 일부 눈에 띄었다. 어업지도선 선원들은 "기름이 쫙 깔렸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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