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학이 가능하냐고? 이것이 새로운 문학"

입력 2017-03-28 08:40  

"새로운 문학이 가능하냐고? 이것이 새로운 문학"

금정연·정지돈 평론집 '문학의 기쁨'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문학은 내 삶을 구할 수 있는가. 또는 새로운 문학은 내 삶을 더 잘 구할 것인가. 또는 문학이 삶을 구하는 도구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또는 도대체 문학이 삶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또는 문학이 삶과 따로 떨어져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또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는 삶이란 무엇인가. 또는 블라블라…"

소설가 정지돈과 서평가 금정연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문학의 기쁨'(루페)은 두 사람의 대화와 주고받은 편지 형태의 글 등을 엮은 책이다. '새로운 문학은 가능한가' 또는 '한국문학의 위기' 등 다루는 주제는 정통 문학평론에 가깝고 제목은 원로작가의 에세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정지돈의 소설이 서사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안기는 전통적 의미의 문학에서 벗어나 있듯, 이 책 역시 형식을 놓고 보면 문학평론이라는 장르의 틀에 맞선다.

책에 실린 글 중 5편은 재작년 여름부터 지난해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연재한 대담을 옮긴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특정 작가 또는 작품의 문학적 특징과 매력을 요모조모 뜯어보는 식이 아니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해놓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짜고짜 "나는 문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출판사와 작가와 평론가라는 외딴섬의 삼인 가족이 반복하는 요식행위인가"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어쨌거나 이들은 1년간 만나 문학을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대화를 나눴다.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과 파울로 소렌티노의 영화, 망원역 화장실 두 번째 칸에서 겪은 곤란한 일까지 끌어들여 능청을 떨며 대화를 이어간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음을 감추면서, 기존 문학평론을 희화화하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정지돈과 계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인 금정연은 너스레의 사이사이 문학제도의 본질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수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유수의 문학상은 실험적이거나 문제적인 작품 대신 결국 "동글동글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는다. 신춘문예를 비롯한 등단절차와 각종 문학상 등 문단이라는 제도의 구성요소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면 결국 한국문학이 관료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니까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본질이나 심연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그 장 속에서 좀더 효과적인 배치나 구조를 생성하는 활동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 이 관료제 아래서는 우세종이 아닌 모든 것이 단지 놀이, 유희, 장난, 깊이 없음, 진정성 없음이라는 딱지가 붙어 말단 공무원으로 격하됩니다."

책에는 두 저자와 함께 문학동인 '후장사실주의' 멤버인 오한기·이상우의 작품 해설도 실렸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 나오는 '내장사실주의'를 패러디한 후장사실주의 구성원들의 소설 작법은 서로 다르지만 근대문학의 전통과 관행에 딴지를 거는 태도는 일치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한기는 "한국문학의 김기덕"이며 이상우는 "한국문학의 백남준"이다. "금정연은 메일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to the future라고 답했고 금정연은 다시 we are the future라고 답했다. 그렇다. 미래가 예전같지 않다." 240쪽. 1만4천8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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