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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惡)의 시대' 어떻게 버텨나가야 하나

입력 2017-03-28 10:39  

'악(惡)의 시대' 어떻게 버텨나가야 하나

강상중 신간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정농단 사태로 줄줄이 드러나는 탐욕과 오만, 권력욕과 금전욕, 이같은 '악'(惡)의 행태는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간이길 포기한 범죄자들의 소식이 포털사이트의 '많이 본 기사' 상위에 오른다. 사람들은 '흉악범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극형에 처할 것을 요구한다.

'고민하는 힘' 등으로 유명한 재일정치학자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신간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사계절 펴냄)에서 오늘날을 '악의 시대'로 규정한다.

그는 일본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 테러 등 우리 가까이에 드러난 악의 모습을 살피며 악의 뿌리를 찾아간다.

우리는 흉악범과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죽음의 충동'이란 파괴충동이 숨어있다고 본다. 작은 벌레를 죽이는 것부터 죽어버리고 싶다, 이런 세상 따위는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 역시 파괴충동의 작은 예다.

저자는 이를 '샤덴프로이데'(Shadenfreude)라는 독일어로 설명한다. '타인의 불행은 기쁨'이란 이 표현은 우리가 흔히 쓰는 '꼴좋다'라는 말과도 의미가 닿는다.

저자는 파괴충동은 근본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의 공허함과 불안감 때문에 생겨나며 그 불안감을 채우는 것이 악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허무함을 메우는 순간의 '성취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파괴충동을 분출한다.

문제는 세상엔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서 있는지 모르거나 어떤 제대로 된 기준이나 가치가 애매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금융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과 불공정은 이렇게 공허함을 파고든 악을 더욱 키운다.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따라잡을 수 없는 사회에서는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라는 막연한 불안이 번지고 사람들은 차츰 허무함에 빠져든다.

그렇다고 이 시대에 절망하며 살 수는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자신을 세상의 일부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과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흉악범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을 증오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려는 연대의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한다면 분노나 미움, 복수의 감정 같은 것은 생기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연대의식에서 희망을 찾으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세상의 일부로 느껴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 외에는 악이 번성하는 이 시대를 살아갈 방도가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 맞서 일어난 촛불 물결 역시 이런 연대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국정농단 사태의 배후에는 이른바 '과잉의 악'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이 진부한 악에 그저 포기하지 않고 무릎을 꿇거나 무관심을 가장하지 않았고 악을 응시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민주화를 향한 행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은 빛나보인다고 말한다.

노수경 옮김. 184쪽. 1만1천500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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