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정남 시신 북에 넘기면 나쁜 선례 된다

입력 2017-03-28 18:30  

[연합시론] 김정남 시신 북에 넘기면 나쁜 선례 된다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이 한 달 반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당국이 사건 종결을 위한 협상에서 절충점을 찾아 김정남의 시신이 조만간 북한에 인도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의 골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내 억류 자국민 9명의 귀환을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고 출국 금지된 북한인 사건 연루자 3명의 출국도 보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이 사건 연루자 3명이 은신 중인 현지 대사관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방문 조사를 거부해오다 지난 26일 돌연 대사관 문을 열었다. 이를 놓고 양측 간 협상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김정남 시신을 화장한 후 유골을 북측에 전달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놓는가 하면, 김정남 시신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까지 옮겨졌다가 영안실로 돌려보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협상이 막판에 난항을 겪어 시신 인도가 중단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8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있다"면서 "완전한 해법이 도출될 때까지 시신을 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의 시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협의할 유가족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시신을 북측에 넘기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여러 차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북한대사까지 추방했다. 이에 북한은 북한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인들을 사실상 억류하는 출국 금지 조치를 했고,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북한대사관 직원과 관계자들의 출국 금지로 맞섰다. 단교 직전까지 갔던 양국은 최근 비공개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김정남의 시신은 북한에 인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남의 유가족이 여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억류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넘길 경우 결과적으로 북한의 '인질극'에 굴복하는 꼴이 된다. 국제적으로 또다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직계 가족의 시신 인수 포기 의사를 간접적으로라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시신을 북측에 넘겨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도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정부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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