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원도심 통합 속도낸다…4개구는 '동상이몽'

입력 2017-03-29 11:41  

부산시 원도심 통합 속도낸다…4개구는 '동상이몽'

효율적인 예산사용 등 명분 속 찬반 엇갈려…참여연대 "충분한 사전논의부터"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난항을 겪던 부산 북항 재개발부지 경계설정의 대안으로 제시된 중·동구 통합이 서·영도구까지 포함하는 원도심 4개구 통합 문제로 확대돼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8일 서병수 시장이 주재하는 창의회의에서 논의한 중·동·서·영도구 통합안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키로 했다.

부산시의 원도심 4개구 통합안은 북항 재개발부지의 경계설정을 놓고 중·동구가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자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하기보다 지자체 통합으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부산시는 원도심 4개구 통합이 지역 낙후화와 급속한 고령화, 인구 공동화를 막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는 2011년 주민 반대로 폐기한 중·동구 통합 연구과제를 현재에 맞게 수정해 4개구 통합의 발전 모델로 제시해달라고 최근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

부산시는 지난 2014년 충북 청원군과 청주시의 통합 사례나 2010년 통합 창원시의 사례 등을 검토하는 한편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와 원도심 4개구 통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부산시는 광역시 내 기초 지자체 통합 시도는 처음인 만큼 관련 법령 개정과 인센티브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등 일사천리로 원도심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부산 시민단체도 '원도심상생발전시민협의회'를 구성해 오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4개구 주민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지자체 통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용역을 벌여 원도심 4개구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 제시와 청사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부산시는 우선 내년 지방선거 전 원도심 4개구 통합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이해관계 따라 엇갈리는 찬반 입장

이에 대해 해당 4개구 지자체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구 상황에 따라 찬반이 엇갈린다.

3선 구청장인 서구청장과 영도구청장은 통합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극제 서구청장은 "지난 10년 새 서구 학생 수는 1만9천여 명에서 지난해 1만여 명으로 반 토막이 나는 등 공동화 현상이 심하다"며 "원도심 통합으로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3선인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지만 원도심 통합으로 새 지역구가 되면 재출마가 가능하게 된다.

반면 김은숙 중구청장은 같은 3선이지만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구청장은 "중구는 인구만 작을 뿐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해 행정수요가 높다"며 "부산시의 지자체 통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구 통합 추진 의사를 밝혔던 박삼석 동구청장은 "4개구를 한꺼번에 통합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우선 중·동구를 통합한 뒤 추후 논의해야 한다"고 4개구 통합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영도구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4개구 통합을 묻는 자체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원도심 4개구가 하나로 묶이면 부산진구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37만명 정도가 된다.



◇ 난항 예상되는 지자체 통합…해결책은

부산시의 원도심 통합 추진에 대해 현재 4개구 주민이나 구의회 등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몇몇 의원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최영규 시의원은 "창원시에서 보듯 지자체 통합 후에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부산의 중심이라는 자존심이 있는 중구 주민 상당수는 지자체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구의 한 구의원은 "원도심의 낙후된 여건과 인구 공동화 현상에 책임이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적을 위해 정작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원도심 통합이라는 이슈를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의 한 구의원은 "북항 경계설정 문제의 해결책을 지자체 통합으로 푼다는 발상 자체가 안일하다"며 "주민 정서를 고려하거나 통합에 대한 기본적인 협의는 고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추진되는 통합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는 지자체 통합에 찬성했다.

김순은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29일 "방만한 공무원 조직을 줄여 남는 예산으로 주민 복지 등에 사용한다면 효율적"이라며 "자리나 조직 축소를 우려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 반대가 있겠지만, 지자체 통합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전에 지역에 대한 고려, 통합으로 발생할 부작용 등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인센티브 제시가 아닌 원도심을 살리는 장기계획이 나와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구청사 위치, 새 지자체 이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통합을 추진해 불필요한 논란을 막고 통합에 반대하는 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설득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주민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주민투표보다는 구청장 합의나 시의회 의결 등의 방법으로 지자체를 통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4개구 가운데 1개구라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면 지자체 통합 논의는 난항을 겪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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