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수소차 도박 성공할까…'갈라파고스화' 위험 도사려

입력 2017-03-29 13:36   수정 2017-03-29 13:40

도요타, 수소차 도박 성공할까…'갈라파고스화' 위험 도사려

2020년 연간 3만대 목표…가격 낮추고 수소충전소 확충 시급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사운을 걸고 수소차 개발에 노력하고 있지만 곳곳에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어 전도는 여전히 밝지 않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도요타 자동차는 산업 전략과 환경 및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수소차 개발에 큰 판돈을 걸고 있다. 전기차에 집중하는 세계적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도요타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수소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승용차와 버스가 선수들을 수송토록 하고 2020년에는 연간 3만대의 수소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올해의 목표 생산량보다 10배나 많은 것이다.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2014년 첫선을 보인 이후 2천800대가 팔렸다. 그 대부분은 일본과 미국의 기업, 재충전 인프라를 갖춘 일반인들에게 팔렸고 유럽의 얼리 어답터는 주로 공공기관들이었다.

도요타의 수소차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연료 탱크를 만드는 공정은 복잡하고 연료전지 스택에는 값비싼 소재인 백금이 필요하다.

대안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도요타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대당 5만7천 달러와 6만6천 유로에 팔리는 미라이의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미라이 개발팀의 수석 엔지니어인 다나카 요시카즈는 2천대 정도를 생산하는 것으로는 대량 생산이라고 할 수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일단 중요하지만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수소차는 기술적으로 몇 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례로 도요타의 가솔린 자동차 생산라인에서는 60초마다 완성품이 조립되지만 미라이 1대를 조립하는 데는 72분이 소요된다.

미라이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충전소망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충전소망은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수소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충전을 필요로 하는 차량이 많아지기 전에는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렵고, 충전소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소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전국적으로 수소차 충전소는 80개 정도다. 매년 10개씩 늘려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전국에 모두 160개소의 충전소를 둔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차 개발계획이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80만대의 수소차가 보급되고 전국적으로 900개의 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업체인 이와타니는 인근 화학단지에서 수소를 공급받고 있다. 가성소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공정에서 다량의 천연가스를 태우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지구상에는 천연 상태의 수소 매장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는 채굴할 수 없고 수확할 수 있는 원자재가 아니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슬라 자동차를 창업한 일런 머스크가 수소차를 골치가 아플 정도로 어리석은 구상이라고 일축하면서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후지쓰 연구소의 하마사키 히로시 선임 연구원은 "도요타는 수소를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누가 수소를 생산하고 어떤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인프라 유지비를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와 도요타가 수소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가전산업의 붕괴를 맞이한 일본이 다시 한 번 혁신 역량을 보여줄 상징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는 굳이 밝히려 하지는 않지만 수소차 생산의 어려움이야말로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전기차는 휴대전화처럼 공정이 단순해 중국과 미국에서 속속 경쟁자가 등장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도요타의 시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관계자는 연료전지 기술은 기계가 아니라 화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극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한 자동차 회사가 가진 모든 제조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요타가 20년 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생산해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 회사가 전기차를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전기차를 포기한 것은 주행거리의 한계와 충전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 배터리의 충전능력이 감퇴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라도 그 에너지 밀도는 가솔린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물리학적으로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은 대폭 개선을 기대할 수가 없게 돼 있다.

반면에 미라이가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의 에너지 밀도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3배나 높다. 주행거리를 연장하는데 근본적 한계도 없으며 충전이 신속할 뿐만 아니라 주행 과정에서 물만 배출할 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수소차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결국 일본 정부와 도요타를 이 부문으로 끌어들인 셈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수소차 개발이 나중에 가서 중대한 오판으로 드러난다면 도요타는 그들 스스로가 만든 갈라파고스 생태계에 갇힐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과거 이동통신 부문에서 독자적 표준을 고집했다가 망한 사례를 반복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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