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부유층 자녀 면죄부 판결에 멕시코 '공분'

입력 2017-03-30 09:29  

성폭행 혐의 부유층 자녀 면죄부 판결에 멕시코 '공분'

베라크루스 법원 "만졌어도 성관계 의도 증거 없으면 무죄"

소셜미디어에 판사 사진 유포…인권단체 "퇴행적 판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법원이 미성년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부유층 자녀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소송을 기각하면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베라크루스 주 지방법원의 아누아르 곤살레스 에마디 판사는 지난 27일 "음란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 된 디에고 크루스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다.

곤살레스 판사는 "여성을 만지고 애무했더라도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했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성적 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며 "성관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도가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베라크루스 주 검찰은 "성폭행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끔찍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인용된다면 어른이 미성년자를 마음대로 주물러 놓고선 음란한 의도 없이 만졌고, 성관계를 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면 모두 풀려나게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사건은 2015년 1월 멕시코만 연안의 항구도시인 베라크루스 주에서 발생했다. 당시 17세였던 피해 여성은 나이트클럽 앞에서 자신의 친구들과 차를 기다리던 중 20대 4명이 갑자기 차를 대고 자신을 강제로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크루스 등 2명의 남성이 차 안에서 가슴과 국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뒤 가해자 중 한 사람의 집으로 끌려가 다른 1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게 피해 여성의 주장이다.

나머지 1명은 현장에 있었지만, 결정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3명에 대한 기소는 피해 여성의 아버지가 공공장소에서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이런 사실을 공론화하고서야 이뤄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은 모두 베라크루스주에서 힘깨나 쓰는 가문의 자녀이거나 부유층의 자녀라 사법당국의 기소 절차가 느리게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크루스는 기소를 피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로 도망쳤지만 결국 2016년 6월 체포됐다.

기소된 나머지 2명 중 한 명은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 명은 여전히 도주 중이다.

법원의 판결 이후 성폭행 피해 미성년 여성을 두 번 울리게 했다는 비난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베라크루스 주를 넘어 멕시코 전역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곤살레스 판사의 사진과 함께 '뚱뚱이 판사', '이 얼굴을 잊지말라'는 글을 올리며 맹비난했다.

법원 감시위원회는 판사의 판결이 적법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청소년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는 "이번 판결은 터무니가 없다"면서 주 정부가 판사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성폭력 피해를 본 소녀들과 사춘기 여성들이 정의에 다가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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