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법' 시행전 작성 연명치료거부서약서의 효력은?

입력 2017-04-01 06:00  

'웰다잉법' 시행전 작성 연명치료거부서약서의 효력은?

법적 효력 없지만, 임종과정 환자 뜻 추정하는 객관적 문서로 중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임종이 닥쳤을 때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환자의 뜻을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 문서이므로 버리지 말고 소중하게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의 문을 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이 법 시행 전에 개별적으로 작성한 연명치료 거부서약서가 어떤 효력을 지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일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자는 캠페인이 전개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연명치료 거부서약서를 작성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단체인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을 통해 그간 배포된 '사전의료의향서'는 20여만 장에 이른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등을 통해 작성한 웰다잉 서약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법적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 시행 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다면,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정식 지정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보건소,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및 단체, 공공기관)을 통해 내년 2월 법 시행 이후에 법정 서식에 따라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다시 작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복지부 황의수 생명윤리과장은 "법 시행 전에 민간단체를 통해 쓴 사전의료의향서 같은 유사 서식은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 중단의 내용과 의미, 절차 등을 자세하게 설명 듣고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나중에 실제 연명의료 결정과정에서 가족 사이에 분란과 불화, 다툼은 물론, 법적 소송의 가능성까지 야기할 수 있기에 법적 서류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법 시행 전에 쓴 연명치료 중단서약서가 완전히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다.

임종 과정에 들어선 환자가 의식불명 등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 없고 여기에다 법 시행후 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없다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평소 뜻을 일기장이나 녹음·녹화기록 등 객관적 자료와 가족의 진술 등으로 추정하는데, 이때 법 시행 전에 작성한 연명의료중단서약서도 중요한 판단근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 자체만으로 연명치료 중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없을 뿐이다.

연명의료는 호흡이 어려울 때 적용하는 인공호흡기, 심장이 멈췄을 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런 연명의료는 급성기 질환 환자의 생명은 구할 수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고통만 가중하는 의미 없는 의료행위다.

서울대 의대 허대석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목숨만 유지하다가 임종하는 환자는 매년 3만∼4만명에 달한다. 이 중 환자가 연명의료를 끝까지 하겠다고 요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환자 본인의 뜻을 확인할 서류가 없고, 가족 중 누구도 책임지고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병원은 병원대로 환자의 생명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 연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의무를 다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에 '방어 진료' 차원에서도 연명의료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국민도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면, 죽음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을 때 이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인공호흡기 부착,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원하는지 아닌지와 호스피스 이용 계획 등을 법정 양식에 따라 기재한다.

정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면 전산처리를 거쳐 전국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만약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서류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확인을 받아 작성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

허대석 교수는 "임종 임박 시기에 환자와 가족이 겪어야 할 혼란과 고통을 줄이고, 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고 품위 있게 맞이하는 웰다잉을 원한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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