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에 '끈벌레' 또 출현…어민들 '비상'

입력 2017-04-02 06:00  

한강 하구에 '끈벌레' 또 출현…어민들 '비상'

"끈벌레 다량 출현…이 상태 지속하면 올해도 조업 못해"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봄이 되면서 한강 하류에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다시 다량으로 출현, 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끈벌레가 포식성 강해 어로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일 고양시 행주어촌계와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조업을 시작한 이후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붉은 끈벌레가 다량으로 발견됐다.

어민들이 실뱀장어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는 것이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행주어촌계는 어민 1인당 약 7개씩 포획용 그물을 한강에 설치하는데, 그물마다 끈벌레와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섞인 채로 발견됐다.

어부 한상원(59)씨는 "작년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0%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차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새끼뱀장어가 금방 죽어버렸다"며 "올해도 끈벌레가 그물에 잡히는 양이 작년과 비슷하다면서 이 상태가 지속하면 올해도 조업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업을 나가 그물을 들어 올리는데 끈벌레가 너무 많아 그물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면서 "조업을 포기하고 한쪽에 묶인 그물을 풀어 끈벌레가 물속에 가라앉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어부 김태식(60) 씨는 "실뱀장어의 색상은 원래 검회색인데 그물에 끈벌레와 실뱀장어가 포획돼 접촉하면 금방 죽어 흰색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물에 잡힌 실뱀장어가 끈벌레 때문에 죽을까 봐 재빨리 선별해 깨끗한 수조로 옮겨도 모두 죽었다"면서 "이 상황이 지속하면 실뱀장어 조업은 점점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리에 3천원 하는 실뱀장어는 어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이지만 올해 어민들은 전혀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어민들은 끈벌레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심화식(62)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질인 끈벌레 출현도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조업 때 어민들을 상대로 끈벌레가 나오는 양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한 뒤 어민들과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 유해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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