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 늘려 보육업무 집중도 높여야"

입력 2017-04-02 12:00  

"어린이집 교사 늘려 보육업무 집중도 높여야"

보육교사 체험해보니…20명 돌보면서 감정적 노동 강도도 높아

"1인당 아동수·서류 작업 부담 줄여야…학부모 협조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요즘 아이들은 승부욕이 강해요. 승부욕 때문에 생기는 상처는 어린아이에게 큰 좌절이에요. 교사는 상처가 오래가지 않도록 잘 다독여줘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한 국공립어린이집. 만 5세반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동화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보는 수업을 하면서 여러 아이들의 마음을 쉴 새 없이 살펴야만 했다.

동화에 나오는 숲 속 친구들은 토끼, 너구리 등 6마리에 불과한데 반 정원이 20명이다 보니 역할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탓이다.

인기가 가장 높은 곰 배역을 뺏기자 여러 명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 새 집중력이 떨어진 아이들은 옆에 앉은 친구와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몇몇은 어지러운 분위기를 틈타 그동안 참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목청을 높였다.

'1일 교사 체험'을 하러 간 기자와는 달리 교사는 당황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위로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긴장을 해소했다.

"곰돌이 역할을 다른 친구가 맡았는데 아진(가명)도 곰돌이가 되고 싶어요? 지금 못한다고 속상해하지 않아도 돼요. 오후에 연극 한 번 더 할 테니까 그때 곰돌이를 맡아요."

"현정(가명)이는 오늘 계속 슬픈가 봐요. 현정이 마음이 안 들렸나 봐요. 선생님이 안아줄게요. 친구들도 '현정아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마음을 헤아리고 안아주는 어린이집 교사의 일은 아이들이 등원할 때부터 모든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된다.

아이가 소외되거나 경쟁에서 졌다는 생각을 오래 품으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어 이 시기에는 작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20명의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먹이고 교육하는 동시에 친구이자 상담사, 중재자, 해결사가 되어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일과는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어 보였다.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다 보니 교사들은 체력 관리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으니 보조교사가 없을 때는 화장실 가기도 힘들고, 식사에 5분 이상 쓰기도 어렵다.

10년 차 베테랑 교사인 최민진(32)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힘을 내야 한다"며 "선생님이 감정 기복을 보이면 아이들이 금방 알아차리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항상 감정 조절에 힘쓰고 체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내 활동 위주인 겨울과 달리 4월부터 소풍, 견학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면 어린이집 교사도 체력소모가 커진다.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해 목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그나마 이 어린이집에는 9명의 담임교사뿐만 아니라 4명의 보조교사가 있어 근무 환경이 나은 편이다.

그동안 보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이 보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교사와 아동의 정서적인 유대 강화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학대, 안전사고 등과도 관련이 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보육교사 1인당 영·유아 수는 만 0세반 3명, 만 1세반 5명, 만 2세반 6명, 만 3세반 15명, 만 4∼5세반 20명인데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많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도 전국 어린이집의 28%는 아동 수 규정을 지키지 않고 '초과 보육'을 시행했다는 것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정부가 규정 이행 여부를 제대로 지도하고, 보육교사 업무경감을 위해 보조교사 파견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평가인증 과정에서 교사들이 상당 시간을 서류 작성 업무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된 얘기다.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학부모의 협조도 필요하다. 어린이집 운영과 교사 배치, 통학 차량 운영 등이 규칙적으로 실행되려면 학부모가 등·하원 시간을 잘 지켜줘야 한다.

어린이집은 우리나라 영유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보육기관이다. 작년 말 현재 만6세 미만 영유아 인구(315만 명) 중 45%인 145만명이 어린이집에 다닌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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