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자치정부 깃발 게양" vs 이라크 아랍계 "허용 못해"

입력 2017-04-02 18:25  

쿠르드족 "자치정부 깃발 게양" vs 이라크 아랍계 "허용 못해"

키르쿠크서 '깃발 충돌'…IS 격퇴 후 이라크 혼돈정국 전주곡?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주(州)에서 깃발 게양을 놓고 이라크의 아랍계와 쿠르드족이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쿠르드족이 다수인 키르쿠크 주의회가 지난달 말 주의 관공서에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정부기(旗)를 게양해도 된다고 의결하면서다.

키르쿠크 주의회 30석은 다양하게 분포한 종족간 형평을 맞추기 위해 아랍, 쿠르드, 아시리아, 투르크멘 등 5계 계열에 5석씩 배정하고, 독립적 성향의 정파가 5석을 차지한다.

독립적 성향의 5석은 쿠르드계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부기는 이라크의 국기와 다르지만 쿠르드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이라크 북부 3개 주에서는 공식적으로 쓰인다. 이는 이라크 중앙정부도 용인하던 터다.

이 깃발이 3개 주가 아닌 키르쿠크 주에 이라크 국기와 나란히 걸리자 아랍계가 주도하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라크 의회는 1일(현지시간) 쿠르드계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키르크쿠 주의 관공서에 쿠르드자치정부의 깃발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긴급히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키르쿠크 주정부의 레브와르 탈라바니(쿠르드계) 의장은 2일 "이라크 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의원 328명 중 불과 107명만 참여한 표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라크 헌법은 이라크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자결(自決)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며 "헌법 140조에 따라 키르쿠크주는 게다가 쿠르드자치정부와 이라크 정부의 관할권이 확정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5년 제정된 이라크 헌법 140조에 따르면 2007년 말까지 키르쿠크주, 니네베주, 살라후딘주 등 분쟁지역을 쿠르드자치지역에 귀속되는 것인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해야 하지만 이라크의 분열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만류로 무기한 연기됐다.

키르쿠크주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40㎞, 쿠르드자치정부의 수도 아르빌에서 남쪽으로 8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지리적으로 쿠르드 자치지역과 가깝다 보니 오래전부터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계 주민이 많이 유입됐다.

1957년 인구 센서스에서는 키르쿠크 시의 인구 중 3분의 1이 쿠르드계였고 아랍계는 20% 정도였다.

그러나 쿠르드계를 배척했던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쿠르드계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쿠르드계 주민을 쫓아내고 아랍계를 이주시키면서 이런 인구 분포는 현재 역전됐다.

쿠르드계로서 키르쿠크는 당연히 되찾아야 할 실지였던 셈이다.

키르쿠크를 두고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의 주도권 다툼이 더 예민한 까닭은 이 지역이 이라크의 대표적인 유전지대여서다.

시리아, 터키와 바그다드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자원의 보고인 키르쿠크를 놓고 이라크 아랍계와 쿠르드계가 짧게는 수십 년간 공방을 벌였으나 대체로 이라크 중앙정부를 이끄는 아랍계가 우세했다.

이런 지형은 2014년 이슬람국가(IS) 사태로 변곡점을 맞았다.

오합지졸 수준의 이라크군 대신 쿠르드자치정부의 군조직 페슈메르가가 이라크 북부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키르쿠크를 사수해 IS의 확장을 막아냈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혼란 속에 키르쿠크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쿠르드자치정부가 다스려왔다.

전열을 재정비한 이라크 중앙정부가 최근 모술을 거의 탈환하는 등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키르쿠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키르쿠크의 '깃발 갈등'은 단순히 명분 싸움이 아니라 이라크의 국가적 과제였던 IS 사태가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그 이후의 이라크 내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전주곡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IS 사태에서 큰 공을 세운 쿠르드자치정부와 기존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지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정치적 혼란과 불안에 빠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IS격퇴전에서 활약한 만큼 이란의 영향력 행사가 본격화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정부의 개입도 거세져 'IS 후폭풍'이 이라크를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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