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감독, 평양 입성 앞두고 준비 과정과 인연 밝혀
북한 선수 사진 붙여놓기, 응원 테이프 틀고 훈련하기 등등
(베이징 공동취재단=연합뉴스) = 윤덕여(56)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북한과 인연이 깊은 지도자다.
그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대표팀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총 4차례 북한 대표팀과 맞대결을 펼쳤다.
북한전 성적은 좋았다. 윤덕여 감독은 선수로 출전한 4차례 경기에서 3승(1패)을 거뒀다.
유일한 패배는 평양에서 기록했다.
윤 감독은 199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에서 남자 대표팀 선수로 직접 뛰었는데,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윤 감독은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당시 공항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였다"라며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 무섭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는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 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더군다나 친선경기가 아니라 월드컵 진출 여부가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재밌는 사실은, 김광민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도 당시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이다.
윤덕여 감독은 ""김광민 감독은 선수 시절 굉장히 빠른 축구를 구사했다"라며 "오버래핑이 좋은 선수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윤 감독과 김광민 감독은 각국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국제무대에서 만남의 기회를 종종 가졌다.
그는 "작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잠깐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축구인으로는 처음이자 생애 두 번째로 평양을 밟는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평양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는데, 5일 인도, 7일 북한,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위해 베이징에 머무른 여자축구대표팀은 3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대표팀은 오후 4시 20분 평양에 도착해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이동한다.
이후 호텔 인근에서 체력 훈련을 할 예정이다. 첫 공식 훈련은 4일 김일성 경기장에서 한다.
대표팀의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야만 2018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은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도 겸하고 있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한국 대표팀으로선 세계 수준에 근접한 북한을 적지에서 눌러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은 북한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윤 감독은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북한을 상대로 1무 3패를 기록했는데, 이젠 이길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7만 명 정도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진 김일성 경기장이 모두 꽉 찰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북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말엔 "북한은 체력이 좋은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주의해야 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도 받았다.
윤덕여 감독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 감각이 좋은 허은별을 조심해야 한다"라며 "우리 선수들은 자기가 마크해야 할 선수들의 사진을 붙여놓거나 영상을 편집해 보면서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목포에서 북한 응원단 소리를 녹음해 크게 틀어놓고 훈련하는 등 소음 훈련을 했다"라며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한편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윤 감독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경기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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