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그를 알아본 천재 이야기…영화 '지니어스'

입력 2017-04-04 14:59  

천재와 그를 알아본 천재 이야기…영화 '지니어스'

소설가 토머스 울프와 편집자 맥스 퍼킨스의 실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토머스 울프(1900∼1938)는 시적인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독특한 문체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다.

자전적인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 '때와 흐름에 관하여' 등을 발표하며 1930년대 영미 문학을 이끌었지만, 안타깝게도 38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영화 '지니어스'는 천재 작가 울프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세기의 소설가로 키워낸 편집자 맥스 퍼킨스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1929년 뉴욕의 유력 출판사 스크라이브너스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는 신인 작가 울프(주드 로)가 놓고 간 방대한 원고를 눈여겨본다. 뉴욕의 다른 출판사들이 모두 퇴짜를 놓은 작품이지만, 퍼킨스는 울프에게 출판을 제안한다.

퍼킨스는 울프 이전에 이미 '무기여 잘 있거라'의 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를 발굴하며 천재 편집자로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퍼킨스의 조언에 따라 수차례 수정을 거쳐 탄생한 울프의 처녀작 '천사여, 고향을 보라'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언론은 울프에게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아준다. 냉철하고 완벽주의자인 퍼킨스와 감성적이고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울프는 책을 매개로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두 천재가 신명 나면서도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울프가 폭포수처럼 글을 쏟아내면, 퍼킨스는 "본질에만 집중하라"며 문장을 줄이고 뺄 것을 거듭 주문한다. 그러면 여러 쪽에 걸쳐 장황하게 묘사됐던 사랑의 순간도 단 세 문장으로 간결하게 압축된다.

세밀한 묘사로 글을 자꾸 늘리려는 울프와 가능하면 줄이려는 퍼킨스. 두 사람의 협업은 때로 아슬아슬해 보인다. 울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글이 조금씩 잘려나갈 때마다 괴로워한다. 퍼킨스 역시 편집자로서 '글을 올바르게 변형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원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우정은 울프가 성공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울프는 성공에 취해 다른 사람의 감정은 아랑곳없이 막말을 내뱉고, 퍼킨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꿈꾼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 콜린 퍼스와 주드 로, 두 배우의 명연기가 스크린을 꽉 채운다.

울프 역을 맡은 주드 로는 창작열에 불타올랐다가도 자기 연민에 빠지는 등 울프의 변화무쌍한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콜린 퍼스는 편집자로서 천재를 찾아낸 기쁨, 그런 천재가 자신의 품을 벗어났을 때 찾아온 공허함 등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냈다. 퍼킨스가 울프가 죽기 직전 남긴 편지를 읽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그의 슬픔이 객석까지 전해져 가슴을 적신다.

영화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담아낸다. 울프의 연인 엘린 번스타인(니콜 키드먼)은 울프가 자신보다 퍼킨스를 먼저 찾자 "그의 인생에서 편집 당했다"고 느끼며 괴로워한다. 니콜 키드먼은 조연이지만 두 천재가 뿜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에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4월 13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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