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하지 않은 우익'이 대한민국을 설계했다"

입력 2017-04-05 07:45  

"'친일하지 않은 우익'이 대한민국을 설계했다"

김건우 대전대 교수 '대한민국 설계자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45년 식민통치를 벗어난 한국에서는 새로운 국가 건설이 시작됐다. 그러나 광복 후 극심한 좌우 대립 속 혼란과 한국전쟁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대한민국 건설은 사실상 195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만들어간 사람들은 누구인가. 김건우 대전대 교수는 신간 '대한민국의 설계자들'(느티나무책방 펴냄)에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친일하지 않았을 것과 공산주의와 멀어야 할 것이다.

친일하지 않았을 것이란 조건에서 많은 사람이 탈락한다. 김 교수는 여기서 '학병세대'에 주목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에 끌려가 친일 전력이 없는 세대, 정확히는 친일을 요구받기에는 너무 '젊었던' 이들이다. 대개 1920년을 전후해 태어난 학병세대는 일제 말 대학에 다니며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 집단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큰 영향을 끼친 미국 정부와도 사이가 좋았다.

공산주의와도 멀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월북 지식인들이 탈락하고 대신 반공의식을 기저에 깔고 있던 월남 지식인들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학병세대의 선두주자로, 장준하와 김준엽을 꼽는다. 이들은 모두 학병으로 입대했다 탈출해 중국 충칭(重慶)의 임시정부로 건너가 광복군으로 편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을 광복군의 적통, 우익 민족주의의 적자로 인식하고 자신들이 할 일을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 군사에 걸친 제반 건설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출신 지역과 성장환경에는 서북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서북지역에는 도산 안창호와 오산학교를 세운 남강 이승훈이 있었다. 안창호는 수양을 통해 개인 역량을 키움으로써 민족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실력양성론'을 주장했다. 안창호는 비록 해방 전에 사망했지만, 그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서북 출신 월남 지식인들은 각 분야에 진출해 대한민국 건설에 참여했다.

이들 중 일부는 1950∼1960년대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잡지 '사상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지향했다.

종교계에서도 월남 지식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경동교회를 세운 김재준의 제자인 강원용과 안병무, 문익환은 이른바 '한신(韓神) 계열'의 중심에서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강원용이 설립한 크리스천아카데미는 진보진영 운동가들의 산실이 됐다. 가톨릭계에서는 김수환과 지학순이 학병세대에 속한다.

문학계의 학병세대로는 1921년생 동갑내기인 조지훈과 김수영이 꼽힌다. 저자는 정통 보수주의자 조지훈과 진보적 자유주의자 김수영이 한국 인문정신의 두 원형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1960∼1970년대 한국 산업화 시대에 정부정책을 주도한 사람들이나 민주화 진영에서 저항했던 사람들이나 모두 이념적으로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라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한국 우익의 기원과 성격'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읽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96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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