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5.9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검증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린 안 후보가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면서, 양쪽 모두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위를 급격히 높이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의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사고 은폐 의혹, 아들 특채 의혹 등을 도마 위에 올렸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조폭으로 의심되는 남성들과 사진을 찍은 사실, 포스코 이사회 의장 당시 행적 등을 들어 역공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두 후보 간의 공방은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진영이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는 것은, 안 후보의 인기 급상승으로 대선 승부가 예측불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4월 1주차' 지지율 조사결과를 보면 문 후보는 38%, 안 후보는 35%로 오차 범위 안에서 경합했다. 그밖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4%, 정의당 심상정 후보 3%였다. 한 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7%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안 후보는 곱절이 넘는 16%포인트나 뛰었다. 호감도 조사에선 안 후보의 경우 '호감이 간다'(58%)는 응답률이 '호감이 안 간다'(35%)보다 훨씬 높았으나 문 후보는 각각 48%, 46%로 엇비슷했다.
최근 들어 다자 대결 구도에선 문 후보가 앞서지만 문, 안 양자 구도에선 안 후보가 선두인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온다. 대선 판세가 `2강(强)·3약(弱)'으로 굳어지면 두 후보 지지층의 결집력, 홍·유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층의 향배, 후보들 간 합종연횡 등 당락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늘어난다. 그만큼 대선전이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문, 안 두 후보 진영이 바짝 긴장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과거 대선에서 종종 입증됐듯, 특정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가 속효성 무기일 수 있다는 인식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물론 큰 범주에서 보면 이런 것들도 후보 검증의 한 부분일 수 있다. 후보 개인은 물론 그 주변에 대한 저인망식 조사에서 중대한 하자나 결격 사유가 드러나면 대선 국면이 순식간에 뒤집힐 만큼 파괴력이 크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선두권의 두 후보가 저급한 신상 공방에 몰두하는 것은 대선의 본질에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대선은 차기 리더십을 뽑는 중차대한 선거다. 국내·외 난제가 산적한 시점에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그 의미는 더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상대 후보의 과거 흠결에만 집착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가령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대미·대중 관계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현안인데도 두 후보의 관심권 밖인 것 같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외교·안보 청사진을 제시하고 허실을 상호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 밖에 재벌 정책, 청년 실업, 노사관계, 공교육 정상화 등도 마찬가지다.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래도 대선의 본질을 생각하면 정책과 공약, 비전 등을 검증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