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연 "26년간 '이별여행' 벽 못넘어…노래하고 싶었다"

입력 2017-04-10 08:35  

원미연 "26년간 '이별여행' 벽 못넘어…노래하고 싶었다"

8년 만에 새음반 '소리질러'…"딸에게 히트곡 선물하고 싶어"

"3집 때 서태지에게 곡 받고 박진영에게 춤 배우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내 꿈이 그건데…."

가수 원미연(52)은 3년 전 경기도 고양시에 문을 연 자신의 한식집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식당 일에만 전념하는 자신이 서글퍼서였다.

그날 한 손님으로부터 "'이별여행'의 원미연이 노래를 안 하고 음식을 날라다 주니까 마음에 안 든다. 왜 노래를 안 하고 음식점을 하나"라는 얘기를 들었다.

"손님의 우스갯소리에 돌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이러다 노래를 못하면 어떡하지?'란 생각도 들었고요."

8년 만에 새 음반 '소리질러'를 발표한 원미연은 다시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2월 윤종신이 작곡한 싱글 '문득 떠오른 사람' 이후 8년 만의 새 음반이다. 그는 1997년 이후 가수보다는 라디오 DJ로 오래 활동했고, 가정과 사업에 집중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그는 "사실 쉰 적 없이 무척 바빴다"며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이 엄마 노래를 모른다'고 했다. 지금 6학년이 된 딸이 졸업하기 전까지 히트곡을 하나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1985년 대학가요제 출신인 원미연은 1989년 1집 '혼자이고 싶어요'를 발표한 뒤 인기 가수가 됐다. 1991년 2집 '이별여행'을 크게 히트시킨 후 1996년 4집을 내 이듬해까지 활동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라디오 DJ에 전념했다.

"KBS와 MBC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다가 1997년 TBN 부산 교통방송이 개국하면서 일을 맡았어요. 1998년부터는 아예 부산으로 내려가 '명랑운전석'을 2006년까지 진행했고요. 그때 부산 교통방송 엔지니어였던 남편을 만나 2004년 결혼했죠. 너무 뜸했는지 결혼 사실도 잊혀 SBS TV '불타는 청춘'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하하."

사실 활동이 뜸해진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결혼 전인 2000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강수지, 이본, 박상아와 함께 KBS 2TV '야! 한밤에'의 코너 '싱글파티'에 출연하는 등 방송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대형 기획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아이돌 가수들이 활약하면서 마땅한 방송 무대도 없었다.

그는 "직접 제작한 3집과 4집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1990년대와 달리 방송 환경도 변했다"며 "예전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발라드 가수뿐 아니라 남진, 태진아, 주현미 등의 트로트 선배들이 함께 노래했다. 김혜림, 조갑경, 강수지, 신효범 등 음색이 겹치는 사람도 없어 각자의 색깔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또 26년 전 발표한 '이별여행'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의 내가 있도록 해준 너무 고마운 곡이지만 그로 인해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가수로 활동하면서 어떤 작곡가와 호흡을 맞출지가 고민됐다고 한다. 이미 김형석, 신재홍, 윤종신, 김동률 등 내로라하는 작곡가들과 작업한 경험이 있고 3집(1992)에서는 서태지로부터 '그대 내 곁으로'라는 곡을 받기도 했다.

"과거 KBS '젊음의 행진' MC였는데 신인인 서태지 씨가 출연했죠. 그래서 휘트니 휴스턴의 곡처럼 경쾌한 음악을 달라 하니 금방 곡을 써줬어요. 이후 한 달 뒤에 서태지씨가 너무 유명해져 볼 수가 없었죠. 가사를 받기 어려워 제가 쓰고 랩도 직접 했어요. 춤을 추려고 박진영 씨한테 댄스도 배웠는데 '누나는 발라드 하는 게 낫다'고 조언하더군요. 하하. 덕분에 빨리 꿈을 접었죠."

이번 컴백을 도운 작곡가는 조성모의 '투 헤븐'과 조수미의 '나가거든' 등 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히트곡을 낸 이경섭 씨다.

그는 "절실하게 곡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며 "데모곡이 왔는데 처음에는 나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소리질러'란 제목도 곡의 분위기나 내 나이와 맞지 않는 듯했는데 부를수록 내 얘기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소리질러 나 아직 살아있다고/ 소리질러 나 아직 꿈이 있다고/ 이 세상이 나의 발목을 잡아도/ 가끔씩은 이렇게 소리 질러 나 살아있음을'('소리질러' 중)

그는 "우리가 살면서 미세먼지가 낀 것처럼 뿌옇고 답답한 마음에 자신에게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며 "얼마 전 한 직장인이 식당에 왔는데 꿈을 위해 회사를 옮기려다가 안 됐다고 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였다. 나도 이 곡을 부르며 꿈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아 힐링이 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콘서트형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학전소극장 등의 공연장을 누빈 이야기를 꺼내며 꾸준히 싱글을 내 새롭게 레퍼토리를 쌓겠다고 강조했다.

"이문세, 이승철 씨 등 음반을 꾸준히 내며 공연하는 분들이 부럽더군요. 현재진행인 콘서트형 가수가 되고 싶어요."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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