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에서 동시로' 정지용 동시집 첫 출간

입력 2017-04-12 08:40  

'동요에서 동시로' 정지용 동시집 첫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는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해바라기 씨' 부분)

동물들을 사람에 빗대어 농촌 풍경을 그린 이 동시는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1902∼1950)의 작품이다. 정지용은 동시에서도 앞섰지만, 단행본 동시집이 나온 적은 없었다. 동시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탓도 있다.

아동·청소년문학 전문출판사 푸른책들이 펴낸 '별똥 떨어진 곳'은 첫 정지용 동시집이다. '향수'처럼 동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작품까지 포함해 모두 42편을 엮었다. 동시를 발판으로 그의 시세계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인은 일본 유학 중이던 1926∼1927년 문예지에 동시를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당시는 동요를 통한 아동문화운동의 황금기였다. 동시는 동요의 곡조에 붙이기 위해 지은 노랫말, 엄격히 말해 동요시였다. 이때, 시적 감동이 생생한 자유시 형식의 동시를 쓴 이가 정지용이었다고 전병호 시인은 설명했다.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할아버지' 전문)

평생 농사일로 날씨까지 알아맞히는 할아버지가 들판을 오간다. 언뜻 평화로운 정경이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짓다가 이제는 일본에 빼앗긴 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인의 속뜻을 되새겨보게 된다.

전병호 시인은 정지용에 대해 "민족의 전설, 세시 풍속, 민담 등에 담긴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정을 우리 글로 우리 고유의 전통율격에 담아 동시를 썼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동질성과 민족의식을 고취한 것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항일 의식이 표출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호·신형건 엮음. 96쪽. 1만1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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