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시골마을]② 11가구 남은 마을에 45세 주민이 막내

입력 2017-04-16 07:15  

[기로에 선 시골마을]② 11가구 남은 마을에 45세 주민이 막내

전북 대표 과소화 마을 '대상마을'…문 닫은 슈퍼 평상엔 먼지만 수북

초등학교는 폐교된 지 오래…오손도손 살던 집터는 공터로 변해

(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친구들은 오래전 외지로 모두 떠났죠. 이 마을에서 제가 제일 젊어요."

산자락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전북 완주군 비봉면 대상마을.

수년 전부터는 수박을 많이 재배해서 일명 '수박마을'로 불린다.

비봉면 소재지에서도 굽이치는 길을 따라 10분가량 야산 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대상마을은 전북에서도 대표적인 '과소화 마을'(20가구 미만인 마을)로 꼽힌다. 현재 11가구가 단출하게 의지하며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양옆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지나면 버스가 멈출까 싶을 정도로 낡고 초라한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축사와 주택 몇 채뿐. 마을 어귀를 천천히 걸어 들어갔지만,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인적이 끊겨 마을 어귀부터 적막감만 감돌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 50여 마리를 돌보던 임동석(45)씨 만이 소탈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을 뿐이었다.

그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단 한 번도 (다른 곳에서 살기 위해) 마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그의 얼굴에서는 순박함이 묻어났다.

20∼30여 년 전만 해도 마을은 사람 사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정자에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남자들은 슈퍼 앞 평상에서 막걸리도 들이켜며 그렇게 오순도순 살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슈퍼는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슈퍼 앞 평상 위에는 언제 썼는지도 모를 농기구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정자는 곳곳이 낡을 대로 낡아 올라앉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이 마을에는 40년 전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만, 이제는 11가구만 남았다.

마을 전체 주민 수도 50여 명 안팎에 불과하다.

여느 시골 마을처럼 이곳 젊은이들도 일찍부터 돈을 벌기 위해 서울과 전주로 빠져나가면서 마을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도시로 나갔던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고 고령화는 심화하면서 가구 수가 확 줄어든 것이다.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도 벌써 오래전이다.

현재 주민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이 세상을 등지면 이 마을은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


인구 감소로 각종 시설도 줄어들었다.

임씨가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로 불림)는 이미 20여 년 전 사라졌다.

당시 그가 다녔던 대치국민학교 자리에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함께 사는 집'이 들어섰다.

임씨의 자녀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약 5㎞ 떨어진 화산초등학교로 매일 등교했다고 한다.

빈집 수십여 채도 수년 전 마을 환경정비 차원에서 모두 철거했는데 현재 공터로 남아 황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임씨는 "몇 안 되는 전교생이 교실이 떠나가도록 웃고 떠들던 때가 그립다"며 "이제는 추억을 곱씹을 장소조차 사라졌다. 다른 도시들은 많이 발전하는데 이 산골은 오히려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씨는 마을을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딱히 보여줄 게 없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완주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테크노밸리 산업단지, 농공단지 등을 야심 차게 추진 중이지만, 한적한 시골 마을은 변화의 중심에서 한참 빗겨나 있었다.

완주군 관계자는 "인구 대비 경제성과 효용성을 따져야 하는 복지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시골 마을에 두기 쉽지 않다"며 "자연스레 사람이 빠져나가고 유입 인구가 없으면 마을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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